AI 이미지의 저작권·초상권, 나는 어디서 멈췄나 — 무인 쇼핑몰을 접고 티셔츠 화보를 바꾼 이유

미리 적어 둔다. 나는 변호사가 아니고,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다. 조문이나 판례를 인용할 생각도 없다. 그 대신 AI로 이미지와 글을 만들어 파는 프로젝트를 여러 개 굴리면서 “이건 내보내면 안 되겠다"고 멈춘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판단의 근거를 사례별로 남겨 두려 한다. 걱정이 뭐였고, 어디서 선을 그었는지.

WILD HUMBLE 착용 화보 —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뒷모습 AI 모델 컷 (TOWER BRIDGE · OPEN UP)
WILD HUMBLE 착용 화보 —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뒷모습 AI 모델 컷 (TOWER BRIDGE · OPEN UP)

장면 1 — 무인 쇼핑몰, 얼굴에 가족 사진을 썼다

Shop Factory는 옷 사진 한 장만 올리면 AI가 모델 착장샷·상세페이지·리뷰·Q&A까지 만들어 진열하는 무인 쇼핑몰 실험이었다. 기술은 끝까지 돌아갔다. 잡큐 워커, 착장 생성, 비전 LLM 품질 게이트, 상품 7종까지 실제로 진열됐다.

문제는 모델의 얼굴이었다. 몸은 AI가 그린 캐릭터였다. 지인이 아니고 실존 인물을 본뜬 것도 아니라 그쪽은 걱정이 없었다. 그런데 “같은 전속 모델"처럼 보이게 하려고 얼굴은 실제 가족 사진을 스왑해 붙였다. 데모용으로는 편한 선택이었다. 작업 메모에도 “얼굴 원본을 공개 자료·커밋에 노출 주의"라고 써 두긴 했다.

그런데 이걸 공개 커머스로 올리면 어떻게 되나. 동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이, 한 사람의 얼굴이 상품 수만큼 무한 복제되어 남의 가게 착장샷이 된다. 초상권과 개인정보 문제가 정면으로 걸린다는 건 법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마침 착장 품질도 잡히지 않았다. 컷마다 청바지가 흰 바지로 바뀌는 하의 불일치를 못 잡아 2026년 7월 10일에 중단했고, 8월 14일에 폐기를 확정했다. 폐기 회고에는 이렇게 적었다. “팔리는 수준의 품질도 아니었고, 공개해도 되는 소재도 아니었다.”

멈춘 지점은 분명했다. 실존하는 사람의 얼굴을, 그 사람과 아무 합의 구조 없이 상업 이미지에 쓰는 것. 기술로 할 수 있다는 것과 내보내도 된다는 것은 별개였다.

장면 2 — 티셔츠 화보는 얼굴을 아예 그리지 않기로 했다

같은 시기에 티셔츠 브랜드 WILD HUMBLE의 착용컷을 AI로 만들고 있었다. 2편에 쓴 대로 처음엔 모델이 전부 서양인으로 나와 프롬프트를 뜯어고쳤는데, 그때 고정한 모델 블록에는 이런 구절이 들어 있다. face not visible (back view, or framed from chin down to mid-thigh). 뒷모습이거나, 턱 아래부터 허벅지까지만.

무인 쇼핑몰에서 얻은 것이 하나 있었다. 국내 의류몰의 컷을 비전 LLM으로 분석해 보니 얼굴이 안 나오는 컷이 많았다. 뒷모습, 크롭, 흐림. 얼굴 없이도 옷은 팔린다. 그래서 티셔츠 화보는 처음부터 얼굴을 빼고, 몸도 특정인을 본뜨지 않은 AI 생성 모델로 갔다. 실존 인물의 얼굴이 없으니 장면 1의 걱정이 생길 자리가 없다. 이유는 둘이었다. 하나는 초상권 — 얼굴이 없으면 동의·철회를 따질 사람 자체가 없다. 다른 하나는 생성 일관성 —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면 컷마다 인상이 달라져 “같은 모델"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두 문제를 한 번에 피하는 선택이었다.

지금 쇼핑몰에 걸린 착용컷은 전부 이 블록에서 나왔다.

장면 3 — 실존 모델을 쓰려면 ‘동의’가 상품 구조여야 한다

그렇다고 실존 인물을 영영 안 쓰겠다는 건 아니다. ModelFit은 오히려 실존 모델의 사진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옷 판매자가 촬영 없이 그 모델에게 옷을 입힌 화보를 얻는 마켓플레이스다. 합성 모델이 아니라 진짜 사람의 분신이 상품이고, 결제가 되면 모델에게 수익이 간다.

이 프로젝트 설계서에서 내가 가장 먼저 적은 문장은 기술 이야기가 아니었다. “성패 핵심은 기술보다 권리·라이선스·초상권"이라고 썼다. 소유 범위, 그리고 모델이 특정 카테고리의 옷은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데이터 구조에도 그게 들어갔다. 모델 프로필에는 동의 기록, 거부 카테고리, 보관 기한이 붙고, 동의 철회는 곧 즉시 파기다. 원본 사진과 정체성 데이터는 분리해 저장하고, 삭제하면 연쇄 삭제된다.

그리고 정직하게 적으면, 지금 공개된 데모는 동의된 고정 모델만 쓰고 있고, 동의는 아직 플래그 하나로만 처리돼 있다. 실서비스로 가려면 초상권·동의서를 정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항목이 “남은 일” 목록 맨 위에 있다. AI가 생성한 모델에는 화면에 ‘AI 이미지’ 배지를 붙인다. 장면 1에서 접은 이유와 장면 3에서 계속하는 이유는 같은 기준이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간다면, 그 사람의 동의와 철회가 시스템 안에 있어야 한다.

장면 4 — 이미지만이 아니다, 글에도 같은 선이 있다

초상권이 사람의 것이라면 저작권은 글과 그림의 것인데, 글을 만드는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선을 그었다.

AI옥션렌즈는 법원경매 문서를 AI가 정리해 주는 도구다. 여기서 지키는 원칙은 두 가지다. 데이터는 대법원 공개 API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만 쓰고 유료 경매사이트의 정보는 쓰지 않는다. 그리고 AI는 “안전하다, 위험하다"를 판정하지 않고, 모든 항목에 원문 인용과 출처를 붙여 “직접 확인하라"까지만 말한다. 남의 데이터를 가져다 쓰지 않고, 공공 원문은 출처를 달아 그대로 보여주는 쪽이 가장 덜 위험하다고 봤다.

AI매거진은 반대로 원문을 글쓰기 AI에게서 떼어 놓는다. 수집한 기사 원문은 사실 목록(팩트시트)으로 먼저 추출하고, 글을 쓰는 단계에는 그 목록만 넘긴다. 원문 문장은 추출 이후 어떤 단계로도 넘어가지 않는다. 이건 운영 방침이 아니라 코드 제약으로 박아 뒀다. 글쓰기 모듈이 원문 텍스트를 인자로 받을 수 없게 만들고, 어기면 테스트가 실패한다. 여기에 기사 1건당 소스 2개 이상(그중 1차 소스 1개), 사람 승인 없이는 발행 금지, ‘AI 작성·에디터 검수’ 표기 자동 삽입이 붙는다. 남의 기사를 AI가 문장만 바꿔 다시 쓰는 물건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은 선, 네 줄

돌아보면 기준은 단순했다.

  • 실존 인물의 얼굴은 동의·철회 구조가 시스템에 없으면 쓰지 않는다. (Shop Factory를 접은 이유)
  • 동의 구조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면 얼굴을 아예 그리지 않는다. (티셔츠 화보)
  • 동의 구조를 만들 거라면 그게 기술보다 먼저다. (ModelFit)
  • 남의 글은 원문을 AI에게 주지 않고, 공공 원문은 출처를 달아 인용만 한다. (매거진·옥션렌즈)

법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는 내가 말할 자리가 아니다. 다만 1인 개발자가 AI로 무언가를 만들어 팔 때, 기술이 되는 순간과 내보내도 되는 순간 사이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에서 멈춘 기록이 위의 네 장면이다. 실험 전체는 실험실에 있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