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비 33만원 대신 무통장입금 쇼핑몰을 직접 짰다 — 그리고 주문제작 옷에 붙는 법

티셔츠 브랜드 WILD HUMBLE을 시작할 때 내가 정한 예산은 30만원이었다. 도안은 AI가 그리고, 옷은 주문이 들어오면 한 장씩 인쇄하고, 나는 결정과 로그인만 하는 실험. 그런데 “팔 곳"을 만드는 단계에서 예산보다 큰 숫자를 처음 만났다. 온라인 카드 결제를 받으려면 PG사(결제대행사)를 거쳐야 하고, 그 가입비가 33만원이었다.

온라인 쇼핑몰 — 개념 사진 (사진: Negative Space / Pexels)
온라인 쇼핑몰 — 개념 사진 (사진: Negative Space / Pexels)
이 글은 그 33만원을 내지 않고 쇼핑몰을 연 과정과, 그렇게 열고 나서 뒤늦게 부딪힌 법 이야기를 한 번에 정리한 것이다. 연재 #5편#7편에 나눠 썼던 내용을, “작은 주문제작 몰을 직접 만들려는 사람"이 한 번에 읽을 수 있게 묶었다.

왜 PG를 안 붙였나

처음부터 자체 쇼핑몰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주문형 인쇄(POD) 플랫폼에 크리에이터로 입점해서 판매까지 거기에 얹는 것이었다. 그런데 첫 심사에서 떨어졌다. 사유는 포트폴리오 보강 — 그때 내 도안은 딱 한 종류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떨어지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 실험의 최종 목표는 티셔츠 몇 장을 파는 게 아니라 “이 과정 전체를 자동화 쇼핑몰이라는 상품으로 다시 파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남의 플랫폼 규칙에 맞추는 것보다 내 쇼핑몰을 직접 만드는 쪽이 목표에 더 가까웠다. 문제는 카드 결제였고, 답은 의외로 오래된 방식이었다. 무통장입금.

무통장입금은 흐름이 단순하다. 주문을 받는다 → 계좌를 안내한다 → 입금을 확인한다 → 그때 제작에 들어간다. 카드사도 PG도 거치지 않으니 가입비도 수수료도 0원이다. 그리고 이게 내 구조와 잘 맞았다. 어차피 재고가 없어서 주문을 받은 뒤에 한 장씩 만드는데, 그 사이에 “입금 확인"이 한 단계 끼는 것뿐이었다. 고객 입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은 구조였다.

실제로 만든 흐름

그날 밤 AI와 함께 쇼핑몰을 짜기 시작했고, 현금 지출 0원으로 주문 가능한 페이지가 하루 만에 올라갔다. 지금 쇼핑몰에서 돌아가는 주문 흐름은 이렇다.

  1. 제품 페이지에서 색상(아이보리·블랙)과 사이즈, 수량을 고른다.
  2. 주문 모달에 이름·연락처·배송 주소·입금자명을 적는다. 다음 주문 때 자동 입력되도록 배송정보를 내 브라우저에만 저장하는 옵션도 넣었다.
  3. 합계는 배송비 3,500원을 포함해 보여준다. 판매가는 45,000원으로 잡았다.
  4. “주문 전 꼭 확인해 주세요” 안내문을 읽고 동의에 체크해야 접수 버튼이 살아난다(이 부분은 아래 법 이야기와 이어진다).
  5. 접수되면 입금 계좌가 안내되고, 입금 확인 후 문자로 연락하고 제작을 시작한다. 제작 35일에 배송 12일을 안내한다.

뒤에서는 관리자 페이지에 재고 관리를 붙였다. 색상×사이즈별로 숫자를 두고, 숫자를 고쳐 저장하면 배포 없이 곧바로 판매 화면에 반영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색상·사이즈만큼 자동으로 차감되고, 0이 되면 주문 화면에서 품절로 바뀐다. 주문이 들어오면 집 PC로 텔레그램 알림이 오게 해서, 내가 화면을 계속 보고 있을 필요가 없게 했다.

물론 한 번에 되진 않았다. 테스트 주문이 “접수에 실패했어요"를 반복했는데, 원인은 사이즈를 읽는 코드가 색상 버튼을 집고 있었던 것이었다. 둘이 같은 CSS 클래스를 쓰는 바람에 서버로 사이즈 대신 “블랙"이 날아갔다. 한 줄을 고쳐서 해결했다. 흰 배경에 흰 글자로 안 보이던 “아이보리”, 엉뚱한 시즌 제품을 불러오던 주문 모달 같은 자잘한 것들도 하나씩 잡았다.

돌아가는 쇼핑몰에 뒤늦게 붙은 법

실물 샘플도 합격했고 쇼핑몰도 돌아갔다. 이제 팔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주문을 받고 나서 만드는” 구조에는 내가 생각 못 한 조건이 하나 있었다.

일반 쇼핑몰은 단순 변심이어도 7일 안에 반품이 된다. 내 옷은 주문이 들어온 뒤에 그 사람 몫으로 한 장을 인쇄하고, 만들어진 옷은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없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이런 경우 청약철회(단순 변심 반품)를 제한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 쇼핑몰 안내문에는 제17조 제2항 제5호를 근거로 적어 두었다. 단, 조문을 뜯어 보니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가 모두 필요했다.

  • 주문에 따라 개별 생산되는 물건일 것
  • 되팔 수 없어 판매자에게 회복 못 할 손해가 생길 것
  • 그 사실을 별도로 고지하고 소비자의 동의를 받을 것

앞의 둘은 내 구조가 그대로 해당된다. 문제는 셋째였다. “주문제작이라 반품 안 됩니다"라고 상세페이지에 써 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주문 전에 따로 고지하고 동의를 받지 않으면 예외가 사라져 반품을 다 받아줘야 한다.

그래서 주문 모달에 동의 항목을 넣었다. 안내문에는 개별 제작 상품이라는 것, 입금 확인 후 제작을 시작하며 출고까지 영업일 5~10일이 걸린다는 것, 제작이 시작된 뒤엔 단순 변심 취소·교환·반품이 안 된다는 것, 그러나 제품 하자나 광고와 다른 경우는 언제든 교환·환불한다는 것을 적었다. 체크하지 않으면 주문이 진행되지 않고, 동의는 주문마다 새로 받는다. 관리자 화면에는 이 손님이 몇 시 몇 분에 동의했는지까지 기록되게 했다. 나중에 분쟁이 생겨도 근거가 남도록.

법 다음은 사이즈였다. 손으로 재단하고 봉제하는 옷은 똑같이 나오지 않고, 제조사 스펙에도 ±2cm 오차가 명시돼 있었다. 숨기면 나중에 “표기랑 다르다"는 클레임이 된다. 상세페이지의 사이즈표를 제조사 실측 그대로 바꾸고 측정 방법에 따라 1~3cm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썼다. 새 옷을 올릴 때마다 그 제조사의 실측 치수를 반드시 가져와 넣는 것을 철칙으로 적어 두었다.

내가 정리한 기준

  • 돈이 없으면 길이 보인다. PG 33만원이라는 벽이 없었다면 나는 카드 결제를 붙이고 끝냈을 것이고, 재고·주문·알림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내 손으로 이해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 무통장입금은 “허술한 방식"이 아니라 “입금 확인이 한 단계 더 있는 방식"이다. 재고 차감, 품절 처리, 알림까지 갖추면 운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 주문제작은 반품 규정이 다르지만, 그 다름을 인정받으려면 주문 전 별도 고지와 동의가 필요하다. 써 놓는 것과 동의를 받는 것은 다르다.
  • 파는 행위에는 규칙이 있다. 통신판매업 신고 같은 절차는 파는 규모와 방식에 따라 따로 챙겨야 할 몫으로 남겨 두었다.

솔직히 적으면, 이 구조를 다 갖춘 시점에도 옷은 아직 한 장도 팔지 못했다. 하지만 팔 수 있는 물건과 팔아도 문제가 없는 구조는 만들어졌다. 작은 브랜드라도 “브랜드"라고 부르려면, 그림과 옷만큼이나 이 재미없는 부분을 대충 넘기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