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스페인 15일 — 리스본에서 세비야까지 내가 짠 동선과, 놓친 것들
비행기표와 숙소만 잡고 떠났다
2025년 5월 29일 인천을 출발해 6월 12일에 돌아왔다. 리스본에서 시작해 세비야에서 끝나는 15일, 도시로 치면 7개, 사진은 1,346장이었다. 예전 같으면 숙소·비행기·식당·액티비티·구간 이동까지 전부 예약해 놓고 떠나는 쪽인데, 이번에는 비행기표와 숙소만 잡고 나머지는 거의 비워 뒀다. 혼자 다니는 게 3년째라 생긴 여유였는지, 흥미가 식은 건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비워 둔 부분"이 이 글의 재료다. 잘 맞아떨어진 것도 있었고, 하루를 통째로 날린 실수도 있었다.
실제로 움직인 동선
| 날짜 | 구간 | 이동수단 | 체류 |
|---|---|---|---|
| 5/29 | 인천 → 리스본 | 비행기(프랑크푸르트 경유) | 리스본 4박 5일 |
| 5/30~6/1 | 리스본 | 가이드 투어 · 신트라+호카곶 · 자유일 | |
| 6/2 | 리스본 → 포르투 | 고속열차 34.6유로, 약 3시간 | 포르투 3박 4일 |
| 6/3~6/4 | 포르투 | 트램·대성당 · 와이너리·선셋 | |
| 6/5 | 포르투 → 말라가 | 비행기(저가항공) | 말라가 1박 2일 |
| 6/6 | 말라가 → 론다 | 로컬 버스 11유로(현금), 약 2시간 | 론다 1박 2일 |
| 6/7 | 론다 → 말라가 → 그라나다 | 기차 환승, 9시간 | 그라나다 2박 3일 |
| 6/8 | 그라나다 | 알함브라 | |
| 6/9 | 그라나다 → 세비야 | 버스 32유로, 약 3시간 | 세비야 3박 4일 |
| 6/10~6/11 | 세비야 | 대성당 · 스페인 광장 | |
| 6/12 | 세비야 → 인천 | 비행기(바르셀로나 경유) |
이동수단은 기차·비행기·버스를 한 번씩 다 썼는데, 네 번의 도시 간 이동 중 미리 예약해 둔 건 포르투→말라가 비행기뿐이었다. 나머지 세 번은 전부 현장에서 표를 샀다. 그 결과가 아래에 나온다.

도시별 체류일 — 맞았던 것, 길었던 것
리스본 4박 5일. 첫날 저녁 도착이라 실제로 움직인 건 3일이다. 가이드 투어 하루, 신트라 데이트립 하루, 자유일 하루. 이 정도면 적당했다. 트램은 낭만이 있지만 에어컨이 없고 좁다.
포르투 3박 4일. 도시가 작고 볼거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2박 3일이면 충분했다. 도착한 날 가이드 투어에서 사람들과 친해진 게 컸고, 야경은 세 번이나 보러 갔다. 다만 마지막 날 공항행 지하철 표를 사는 데 애를 먹었다. 자판기 앞에서 앞사람도 나도 포기 직전이었고, 뒤에 선 분이 대신 눌러 줬다.
말라가 1박 2일. “즐겼다"보다 “들렀다"가 맞다. 시내에 숙소를 잡았는데 바다는 못 가고 항구만 한 바퀴 돌았다. 성당과 알카사바를 오전에 보고 버스 터미널로 갔으니, 사실상 경유지였다.
론다 1박 2일. 누에보 다리 하나 보러 가는 곳이다. 야경 뷰포인트에 당일 가이드 투어로 온 한국 분들이 많았는데, 별 보러도 가고 사진도 찍어 준다고 해서 그쪽이 더 나아 보였다. 혼자 밤 10시까지 다리를 본 시간은 좋았지만, 1박 2일은 길었다.
그라나다 2박 3일. 알함브라와 정원이 좋았고, 동행을 만나 더 좋았다. 2박 3일이 적당하고, 하루 더 있어도 될 것 같았다.
세비야 3박 4일. 2박 3일이면 충분하다. 다만 론다 당일치기를 세비야에서 할 거면 3박 4일도 괜찮다. 스페인 광장에 3일 연속 출석했다.

9시간 — 론다에서 그라나다로 가던 날
이 여행의 가장 큰 실수다. 론다에 도착한 저녁에 역에서 다음 날 그라나다행 기차표를 샀다. 오후 4시 출발, 27유로. 다음 날 아침 일정을 당겨 볼까 하고 10시에 역에 갔더니 매표소는 10시 40분부터였고, 기다려서 물어보니 24시간 이내 변경 불가, 새로 끊어야 한다고 했다. 27유로를 또 낼 수는 없어서 포기했다.
4시 17분 기차를 타고 먼저 말라가로 가서 그라나다행으로 갈아탔다. 기차는 지연됐다. 직행이면 3시간이면 갈 거리를 9시간 만에, 밤 9시에 그라나다에 내렸다. 그날 밤 기차에서 내리면서 선글라스를 두고 내렸다. 저녁이라 필요 없을 것 같아 벗어 둔 게 화근이었다. 이튿날 아침에야 알았다. 이동 하나를 대충 잡은 대가가 하루 반나절과 선글라스였다.
이 하루가 유독 컸지만, 사실 같은 유형의 실수가 세 번 연속이었다.
- 말라가→론다: 버스편을 안 알아보고 터미널에 갔다. ALSA 매표소에서는 다른 곳으로 가라 하고, 알려준 20번 게이트엔 아무도 없고, 안내센터에 물으니 “2시, 13번 게이트”. 시계는 1시 48분. 뛰었다. 현금만 받았다.
- 론다→그라나다: 위의 9시간.
- 그라나다→세비야: 역에 가니 기차는 오후 4시 40분 한 편. 4시간 기다렸다 3시간 가는 건 너무 늦어서 버스 터미널로 옮겼고, 3시 40분 버스를 32유로에 탔다. 옆자리가 비어서 편하게 왔지만, 미리 예약했으면 더 쌌을 거라는 건 현장에서 알았다.
정리하면, 안달루시아 안에서의 이동은 “당일에 가서 타면 되겠지"가 통하지 않았다. 편수가 적고, 환승이 끼고, 현금만 받는 로컬 버스가 있었다.
놓친 것들
- 세비야 알카사르. 예매 시간을 오후 2시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표는 11시였다. 12시 넘어 알고 달려갔지만 입장 거부. 세비야 둘째 날 기록에 그날의 분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
- 페나성의 외관. 신트라에서 18유로를 내고 들어갔는데, 늘 사진 찍는 그 포인트가 공사 중이었다. 내부도 유럽 성을 많이 본 눈에는 특별하지 않았다.
- 말라가 바다. 숙소 근처에 있었는데 항구만 보고 떠났다.
- 스페인 광장 야경. 밤 10시 30분까지 기다렸는데 조명이 안 들어왔다. 대신 택시에서 내린 곳이 메트로폴 파라솔이어서 보너스 야경을 봤다.
- 해외 친구들. 포르투 호스텔의 독일 친구, 세계일주 1년째인 분과 인사는 했지만 같이 다닌 건 한국 분들뿐이었다. 일정이 빡빡했던 탓이 크다.

다시 짠다면
순서는 리스본 → 포르투 → 안달루시아 그대로 두되, 남쪽에서의 배분을 바꾸겠다.
- 포르투는 2박. 하루를 빼서 그라나다에 붙인다.
- 말라가는 공항으로만 쓴다. 도착해서 바로 다음 도시로 이동하거나, 자더라도 “경유"라고 생각하고 기대하지 않는다.
- 론다는 당일치기. 세비야나 그라나다에서 야경 투어로 다녀온다. 다리 아래까지 내려가 과달레빈 강에 발을 담그는 건 꼭 하되, 운동화를 신고 간다.
- 그라나다 3박. 알함브라는 오전으로 예약한다. 오후 2시 예약은 한여름 오르막에서 땀으로 갚았다.
- 세비야 2~3박. 알카사르 예매 확인서의 시간을 도착 전날 다시 본다.
- 도시 간 이동편은 최소 전날 확정한다. 특히 론다 앞뒤 구간.
이렇게 짜면 이동에 날린 하루 반나절이 돌아온다. 그 시간을 그라나다에서 하루 더 쓰고 싶다. 여행 전체의 인상은 15일 정리 글에 따로 적어 두었다. 계획은 느슨했고, 그 빈틈으로 사람들이 들어왔다. 다만 이동만큼은 빈틈을 남기지 말았어야 했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