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접은 AI 프로젝트 5개 — 상가렌즈·Shop Factory·SSO·BGM·세금 도우미를 왜 버렸나
실험실 카드 목록에는 “운영중”, “개발중” 말고 “폐기"라는 라벨이 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사이에 이 라벨을 다섯 번 붙였다. 하나는 끝까지 동작하게 만든 뒤에, 둘은 코드를 거의 다 짠 뒤에, 둘은 설계 문서만 쌓은 채로 접었다. 각각 접은 이유는 다르지만, 묶어 놓고 보니 공통된 실수가 하나 보였다. 이 글은 그 다섯 개를 한 자리에 모아 둔 기록이다.

상가렌즈 — 끝까지 만들고 나서야 해자가 없다는 걸 알았다
가장 아까운 건이다. 중고차의 사고이력 조회를 점포 자리에 적용하자는 생각이었다. 주소 하나를 넣으면 그 자리의 개업·폐업·양도 연표가 나오는 서비스. 매출 같은 과정 지표가 아니라 “이 자리에서 몇 곳이 망했나"라는 결과 지표를 팔겠다는 가설이었고, 데이터는 전부 공개된 공공데이터였다.
설계로 끝내지 않았다. 인허가 데이터를 밤마다 쌓는 수집 파이프라인, 흩어진 주소를 한 자리로 묶고 변형 상호를 브랜드로 판정하는 야간 AI 정제, 브랜드·자리·동네·건물 리포트 네 종과 지도까지 만들었다. 한 자리에 14년간 여섯 곳이 거쳐 간 연표가 실제로 화면에 그려지는 것도 봤다. 기술적으로는 성립했다.
그런데 경쟁 서비스인 오픈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뜯어보고 나서 접었다. 그쪽은 무료로 추정 매출, 임대료, 권리금, 고객 분석까지 준다. 우리 차별점은 “자리의 시간축 이력” 하나로 좁혀졌는데, 그게 방어가 안 됐다. 데이터가 공개라서 돈 있는 경쟁자는 데이터팀 하나면 같은 걸 만들고, 과거 이력이 통째로 소급되니 늦게 시작해도 바로 따라잡는다. 7월 29일에 폐기했다. 회고는 상가렌즈 카드에 남겨 두었다.
Shop Factory — 데모는 됐는데 상품이 안 됐다
옷 사진 한 장을 올리면 AI 모델 착장샷, 상세페이지, 리뷰, Q&A까지 자동으로 만들어 진열하는 무인 쇼핑몰이었다. 잡큐 워커, 착장 생성과 비전 LLM 품질 게이트, 얼굴 보존·스왑·보정 파이프라인, 실제 쇼핑몰 수준의 긴 상세페이지까지 일곱 개 상품을 돌려 봤다.
문제는 두 개였다. 하나는 품질. 컷마다 청바지가 흰바지로 바뀌는 식으로 하의와 소품이 제멋대로 달라졌다. 경로를 여러 번 갈아엎었는데도(진단 문서에는 “7차 피벗"이라고 적혀 있다) 상업 수준의 일관성에 못 미쳤다. 다른 하나는 권리. 얼굴에 가족 사진을 썼다. 데모로는 되지만 공개 커머스로 가면 초상권이 정면으로 걸린다. 7월 10일에 중단했다가 8월 14일에 폐기로 확정했다. Shop Factory 카드에 실패와 수정 포인트를 지도처럼 남겼다.
SSO — 얹을 것이 없는 인프라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로그인과 회원 DB를 서비스마다 따로 만드는 게 낭비라고 봤다. 그래서 구글·카카오·네이버 소셜 로그인을 한 서버가 받고, 도메인 쿠키로 한 번 로그인하면 어디서든 로그인 상태가 되는 통합 인증 서버를 만들었다. 회원·구독·결제 원장, 오픈 리다이렉트 차단, CSRF 방어까지 코드는 끝났고 남은 건 배포 절차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그 위에 얹을 “유료 구독"이 하나도 없었다. 통신판매업 신고 전까지 결제를 전면 보류한다는 원칙 때문에 구독이 켜진 서비스가 0개였고, 방문자는 지인·테스트 수준이라 서비스별 간단 로그인으로 충분했다. 쓰지도 않는 회원·결제 원장 서버를 상시로 띄우는 건 관리와 보안 책임만 지는 일이었다. 8월 14일, 배포도 안 하고 접었다. Auth 카드.
BGM Factory — 공짜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이유가 되지 않았다
쇼츠에 깔 BGM을 집 PC에서 직접 생성해 저작권 걱정 없이 쌓아 두자는 구상이었다. 요구사항부터 엔진 후보, 라이브러리 스키마, 파이프라인 연동까지 설계 문서 여섯 종을 썼다. 생성 모델은 Stable Audio Open을 1순위로 봤다.
접은 이유는 설계하다 보니 “굳이 직접 만들 이유"가 사라져서다. 내 GPU(GTX 1660 SUPER 6GB)는 다른 실험에서 fp16 연산이 깨져 검은 이미지가 나온 적이 있어 fp32를 강제해야 했고, 30초 한 곡에 수 분이 걸릴 것으로 잡혔다. 밖에는 유튜브 오디오 보관함과 무료 음원 라이브러리가 이미 넘친다. 게다가 이건 쇼츠 파이프라인의 부품인데 그 쇼츠 사업 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8월 14일 폐기. BGM Factory 카드.
세금신고 도우미 — 착수 전에 접었다
개인사업자가 홈택스·카드·플랫폼 엑셀을 올리면 공제·불공제·확인필요 세 바구니로 분류하고 누락을 짚어 세무사 전달용 패키지를 만들어 주는 “자료 정리 도우미"였다. 세무 대리가 아니라 문서 정리에 머무는, 법적으로 안전한 자리를 잡아 뒀다.
그런데 구현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세무는 정확성 요구가 크고 실수의 대가가 큰 영역이라 1인 팩토리가 가볍게 붙이기엔 검증·책임 부담이 컸고, 다른 실험들에 우선순위가 밀렸다. 8월 8일 폐기. 세금 도우미 카드.
덤으로 하나 더. 광고 소재를 자동 생성하는 “Advertize Lens"는 개념 샘플 네 장에서 멈췄다. 이미 배포된 광고 쇼츠 제작기와 하는 일이 겹친다는 걸 확인해서다. 매몰비용이 거의 0일 때 접었다. 카드.
만들 수 있는 것과 만들어도 되는 것
다섯 개를 나란히 놓고 보니 공통점이 있다. 전부 “만들 수 있나"라는 질문에는 답이 났거나 날 것이 확실했다. 상가렌즈는 실제로 동작했고, Shop Factory도 파이프라인은 끝까지 돌았고, SSO는 코드가 완성됐다. AI와 같이 일하면서 무언가를 만드는 비용이 크게 내려갔기 때문에, 착수가 너무 쉬워졌다. 상가렌즈 회고에 “원가 0의 함정"이라고 써 놓았는데, 공짜 토큰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기회비용을 0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그 시간에 다른 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착수 전에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경쟁자가 며칠 만에 복제할 수 있나(상가렌즈). 품질과 소재의 권리 문제를 넘을 수 있나(Shop Factory). 그 위에 얹을 수요가 지금 있나, 아니면 몇 년 뒤 일인가(SSO). 밖에 더 좋은 공짜가 이미 있나(BGM). 실수의 대가를 내가 감당할 수 있나(세금). 이미 있는 도구로 되는 일인가(Advertize Lens). 하나라도 막히면 코드를 짜기 전에 접는다.
접는 것도 산출물이다
코드는 버리지 않았다. 상가렌즈의 공공데이터 이력은 다른 서비스의 데이터 부품으로, SSO는 결제를 켜는 날 다시 꺼낼 부품으로, BGM의 라이선스·하드웨어 조사는 GPU가 강해지면 재검토할 근거로 남겨 뒀다. 그리고 접은 이유를 카드에 공개로 적었다. 다음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 글을 다시 읽으면 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라기보다는 빠른 판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전체 목록은 실험실에 있다.
이 글은 제 여행 기록과 작업 로그를 바탕으로 초안을 AI와 함께 정리하고, 직접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