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왔다. 35일. 말이 35일이지, 이걸 진짜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됐다. 배낭 무게는 약 15kg. 보조 가방 하나 더 들고, 이 두 개로 유럽 8개 도시를 돌아다녀야 한다.
아침에 사진 한 장 찍고 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타기 전에 밥을 먹었는데, 이게 한동안 먹을 마지막 한식이라 생각하니 더 맛있더라.
오후 6시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에스컬레이터 타고 입국심사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 진짜 유럽에 왔구나 싶었다. 주변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공항 자체가 한국이랑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미리 사놨던 eSIM이 동작을 안 한다. 한참을 폰을 만지작거렸는데 인터넷이 안 잡혀. 첫 해외 배낭여행인데 인터넷이 안 되면 바로 멘붕이다. 근데 다행히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구글 지도를 오프라인으로 다운받아놨고, 공항에서 Whitechapel 역까지 가는 경로를 전부 스크린샷으로 캡쳐해놨었다.
그래서 인터넷도 안 되는데, 스크린샷 구글 지도만 믿고 지하철을 탔다. 처음 타는 런던 지하철(Tube)이 엄청 신기했다. 한국 지하철보다 좁고, 오래된 느낌인데 그게 또 멋있더라. 어찌저찌 Whitechapel 역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어떤 백인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뭐라고 하는데... 그냥 쌩까고 지나갔다. 안 따라오더라. 바로 구글맵 키고 숙소까지 걸었다.
숙소는 Wombat's Hostel. Whitechapel 쪽에 있는 꽤 유명한 호스텔이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 1층 리셉션에서 방 키랑 무슨 열쇠 모양 같은 걸 받았다. 이걸 들고 올라가서 침대에 걸어두면 — 그 침대가 내 자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올라가보니 8인 혼성 방이었다. 2층 철제 침대 4개. 이미 4명이 있었고, 나보다 1시간 정도 먼저 도착한 여자애 한 명, 나머지는 전부 남자였다. 인사하고 짐을 대충 풀었다.
짐 풀고 나니 밤 9시. 런던은 5월이면 9시도 아직 밝은데, 슬슬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였다. 타워 브릿지가 걸어서 15분이라길래... 첫날인데, 야경이라도 봐야지 않겠나. 혼자 나갔다.
타워 브릿지 반대편으로 가니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 찍는 것도 보였다. 그때 사진 찍어달라고 말할 걸... 첫날이라 아직 그런 용기가 없었다. ㅠ.ㅠ
타워 브릿지 야경은 정말 좋았다. ㅎㅎ 그냥 서서 한참을 바라봤다. 한국에서 화면으로만 보던 그 다리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실감이 안 났다. 혼자였지만, 그래서 더 오래 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야경 실컷 보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근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모든 유럽 여행의 첫끼였다. 숙소 위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니 햄버거 파는 곳이 보여서, 거기서 첫끼를 해결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첫날밤을 맞이했다. 이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런던의 호스텔 첫날밤. 일단 근처에 지하철이 다녀서 새벽 1시, 1시 30분까지 기차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게 좀 잦아들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애들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윗층 침대칸이었는데, 바로 아랫층 침대의 형이 코를 오지게 골았다. 난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그렇게 거의 첫날밤을 잠도 못 자고, 새벽까지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이게 런던에서의 첫날 밤인데...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호스텔 생활이 처음부터 Hard Training이 되어서 끝까지 잘 버틸 수 있었나 봐요. 첫날부터 보스전이었다. ㅋㅋ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8:00 | 한국 출발 | 15kg 배낭 메고 인천공항으로 |
| 11:00 | 인천공항 | 마지막 한식, 비행기 탑승 |
| 18:51 | 런던 히드로 도착 | eSIM 안 됨, 스크린샷 지도로 이동 |
| 20:41 | Whitechapel | Wombat's Hostel 체크인, 8인 혼성방 |
| 21:20 | 타워 브릿지 | 혼자 걸어가서 야경 감상 |
| 22:14 | 숙소 근처 | 유럽 첫끼 — 햄버거 + 맥주 |
| 23:00~ | Wombat's Hostel | 기차 소리 + 코 고는 소리와의 사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