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산타루치아역 3번 플랫폼 입구에서 가이드 투어 집합. 한국분들이 꽤 많이 계셨다. 그런데 가이드님을 보는 순간 — 아니 왜 이렇게 이뻐? 깜짝 놀랐다.
가이드님을 따라 베네치아 본섬을 돌았다. 어제 저녁에 보고도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베네치아 섬에 나무가 있는 곳은 어딘지, 기울어진 건물들은 왜 그런지, 집들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역시 가이드 투어를 해야 도시가 보인다.
사진도 엄청 잘 찍어주셨다. "포즈가 좋다, 다리가 길어 보인다, 인생샷 나왔다" — 이러니 즐거울 수밖에. 여행 한 달 동안 많은 가이드님들을 만났는데, 이렇게 우쭈쭈 해주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탄식의 다리에서 가이드님이 사진을 찍어주시는데, 사람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갔더니 혼자였다. 근데 외국인 아주머니가 슬슬 뒤로 밀고 들어오시더라. 그래서 마음속으로 "같이 찍기로 했다"고 생각하고 함께 찍었다. 결국 3명이 같이 찍은 사진이 탄생.
오전 투어가 끝나고(약 12시) 배를 타고 부라노 섬으로 출발. 배삯은 하루 이용권 24유로 정도. 부라노까지 약 1시간. 그 시간에 꿀잠 잤다.
부라노 섬은 확실히 예뻤다. 집마다 색이 전부 다르다. 유래를 들어보니 — 옛날에 남편들이 배 타고 나갔다가 돌아올 때 비슷하게 생긴 집을 못 찾아서 잘못 들어가는 일이 있었데. 그래서 근처 집들은 색을 다르게 칠하기 시작했다고.
점심으로 생선 요리를 먹었는데... 솔직히 좀 그랬다. 생선 익힌 거에 소스 뿌린 건데, 가격은 있고 맛은 그냥저냥. 부라노에서 음식은 딱히 추천하기 어렵다.
밥 먹고 나니 비가 쏟아졌다. 이 날씨 요정... 8개 도시를 다녔는데 비가 안 온 도시가 하나밖에 없었다(프라하). 가이드님 말씀이 "이탈리아에 비가 안 와서 사람들이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래서 날씨 요정이라고 해주셨다. 그 후로 비가 내릴 때마다 '날씨 요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무라노 섬으로 가려고 배를 탔는데, 장대비가 내리니 다들 돌아가겠다고 했다. 10명에서 5명, 다시 저 한 명만 남았다. 가이드님이 "이렇게 오셨는데 가셔야죠?" 하시길래 — 얼굴도 예쁘신데 말하시는 것도 예쁘시더라. 그래서 무라노 가이드님과 단둘이 투어.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된 새댁이시니 이상한 오해는 마시길.
숙소 돌아와서 비에 젖은 옷 빨래를 해야 했다. 베네치아 섬에 빨래방이 2곳 있는데 그중 한 곳으로. 빨래 돌리면서 여행 커뮤니티에서 저녁 동행을 찾았다. 본섬에 있는 남자분이 같이 드시자고 해서 만났는데 — 만나자마자 느꼈다. 같은 부류. 얼굴이 저랑 똑같이 새까맣게 타셨다. 한 달 전에 스페인 다녀오셨다고.
그분이 센스 있게 Le Maschere라는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두셨다. 예약하면 10% 할인. 비 오면 천장이 닫히고, 맑으면 열리는 구조. 식전주도 주고, 음식도 전부 맛있었다. 남자 둘이 그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 먹었는데, 다른 손님들이 오해하진 않았겠지?
저녁 먹고 맥주 대신 잭다니엘(콜라+위스키) 한 캔 사서 산마르코 광장 옆 해변에서 야경 보면서 마셨다. 맛있더라. 노천에서 경치 보면서 술 마시는 게 실내 바보다 훨씬 좋다.
밤 10시쯤 산타루치아역 쪽으로 가려고 출발했는데 빠져나가는 데 40분 걸렸다. 베네치아 길이 쉽지 않다. 구글맵이 이상한 길을 알려줘서 한참을 헤맸다.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9:00 | 산타루치아역 | 가이드 투어 집합. 예쁜 가이드님 등장! |
| 09:31 | 본섬 | 가이드 투어. 기울어진 건물의 비밀, 나무 이야기 |
| 10:48 | 도르소두로 | 운하 전경, 살루테 성당 |
| 11:38 | 산마르코 | 두칼레 궁전, 탄식의 다리 (3명 합동 촬영!) |
| 12:30 | 배 | 부라노행 출발. 1시간 꿀잠 |
| 13:32 | 부라노 섬 | 알록달록 동화 마을! 인생 사진 |
| 14:30 | 부라노 | 생선 요리 점심 (맛은 글쎄...) + 장대비 |
| 15:00 | 무라노 섬 | 가이드님과 단둘이 투어! |
| 17:00 | 숙소 | 빨래방 가기 |
| 20:00 | Le Maschere | 고급 레스토랑 디너. 태양에 탄 동행과 함께 |
| 21:54 | 산마르코 해변 | 잭다니엘 + 야경. 길 잃고 40분 헤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