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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파도키아 레드투어 — 로즈벨레, 파샤드 계곡, 그리고 석양 속 ATV

2024년 10월 7일 (월) · 괴레메, 카파도키아 · 37장 촬영

아침 6시에 눈이 떠졌다. 벌룬이 오늘도 안 뜬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기대는 접었는데, 대신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침 풍경이 꽤 괜찮았다. 돌산들에 햇빛이 비추면서 천천히 색이 변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침에 일어난 보람이 있달까.


아침 카이막 — 고양이와의 전쟁

아침 8시에 동행님과 카이막 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처음 먹는 카이막은 진짜 맛있었다. 카이막에 꿀을 섞어서 빵에 발라 먹는 건데, 이게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다.

여기 메뉴판이 QR 찍으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다. 그리고 사장님이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더니 한국 노래를 틀어줬다. ㅋㅋ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 건지 해외에 있는 건지 헷갈리더라.

근데 여기 명물은 카이막이 아니라 고양이다. 앉아서 먹으려고 하면 고양이가 와서 다리에 몸을 비빈다. 빵 한 조각 던져주면 그거 먹고 또 온다. 쌩까니까 갑자기 점프해서 무릎 위로 올라왔다. 결국 나중에 온 한국 꼬맹이한테 빵 줘서 보냈는데... 꼬맹이가 너무 만지니까 고양이가 다시 나한테 온다. 방어 불가.

TIP: 괴레메 카이막 집은 아침 일찍 가는 게 좋다. 카이막 + 꿀 + 빵 세트로 주문하면 되고, QR 메뉴판이라 주문도 편하다. 고양이 방어는... 각자 알아서.

레드투어 시작 — 7명의 소규모 투어

동행님과 아쉬운 인사를 하고, 홀로 레드투어에 합류했다. 숙소 앞에 차가 왔는데, 어제 그린투어의 대형 버스와는 완전 달랐다. 안에 딱 6명. 나까지 7명. 차 안에서 가이드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확실히 소규모라 잘 들렸다.

그전날 그린투어가 좀 별로여서 레드투어에 대한 기대도 사실 없었는데, 점점 괜찮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1. 로즈벨레 파노라마

로즈벨레 파노라마
로즈벨레 파노라마 — 카파도키아의 바위 계곡이 끝없이 펼쳐진다

첫 번째 목적지는 로즈벨레 파노라마. 여기 진짜 예쁘다. 베이지색 바위들이 뾰족뾰족 솟아 있고, 사이사이에 초록 나무들이 자라있는 게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느낌이다.

7명밖에 없으니 가이드님 설명도 잘 들리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차에 다시 타려는데 2분이 조인하셨다. 포르투갈에서 오신 부부 — 도우(Dou)와 티나(Tina). 지금 생각하면 이분들 없었으면 이 투어가 이렇게 기억에 남았을까 싶다.

2. 우치하사르 성

우치하사르 성 전경 우치하사르 동굴 거주지
우치하사르 성과 주변 바위 동굴 거주지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우치하사르 성(Uçhisar Castle). 밖에서만 봤는데도 충분히 멋졌다. 주변 경관이랑 합쳐서 딱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이드님이 여기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티브가 된 곳이라고 말해줬다. 거대한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고,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다니 진짜 신기하다. 날씨도 완벽하게 맑아서 사진이 잘 나왔다.

3. 가죽옷 몰 — 뜬금없는 패션쇼

ㅋㅋㅋ 레드투어에 뜬금없이 가죽옷 파는 가게가 코스에 들어있다. 터키 투어의 특징인데, 이렇게 쇼핑 코스가 끼어 있다.

근데 웃긴 게 여기서 패션쇼도 해준다. 사과주스도 주고. 앉아서 재미있게 봤다. 손뼉까지 치면서 즐기고 나왔다. ㅎㅎ 뭐... 안 사도 분위기는 좋았다.

4. 파샤드 계곡 — 스머프 마을의 정체

파샤드 계곡 버섯바위
파샤드 계곡의 요정 굴뚝(Fairy Chimneys) — 1000년에 1cm씩 깎여 만들어진 자연 조각

오늘의 하이라이트. 파샤드 계곡(Paşabağ Valley)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머프 마을이라고도 불리는데, 모양이 남근처럼 생겨서 남근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ㅎㅎ

1000년에 1cm씩 풍화로 깎여나가서 만들어진 거라는데, 이미 풍화가 끝난 것, 현재 진행 중인 것, 앞으로 생길 것들이 전부 있다. 진짜 스케일이 크다. 만화에서 스머프 마을이라고 해서 작은 걸 상상했는데, 실제로 보면 엄청 높다.

파샤드 계곡 전경 1 파샤드 계곡 전경 2
뾰족한 바위 기둥들 사이를 걸으면 화성에 와있는 느낌

5. HAN 식당 — 터키식 뷔페의 현실

점심은 HAN 식당이라는 현대식 건물의 터키식 뷔페. 관광용 식당이라 맛은... 그냥 그랬다. 닭다리가 그나마 괜찮아서 몇 개 더 가져다 먹었다.

나와서 포르투갈 아주머니 티나에게 음식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이런 관광지 식당 음식은 다 그렇다고, 자기도 별로라고. ㅎㅎ 나만 별로라고 느낀 게 아니어서 좀 안심.

6. 상상의 계곡 — 진짜 절경은 뒤쪽 동산에

상상의 계곡 바위
상상의 계곡 — 낙타, 돌고래, 오리, 손가락... 뭐로 보이세요?

풍화작용으로 돌들이 낙타, 돌고래, 오리, 손가락 같은 모양처럼 보이는 곳이다. 앞에서 잠깐 보고 뒤쪽 동산에 올라갔는데, 거기서 보는 전체 뷰가 진짜 예뻤다. 확실히 내가 화성에 와 있구나 싶을 정도.

상상의 계곡 전체 뷰
뒤쪽 동산에서 내려다본 카파도키아 전경 — 여기가 진짜 포인트

7. 야외 뮤지엄(괴레메 오픈에어 뮤지엄)

레드투어 마지막 코스. 뮤지엄이라고 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그냥 바위를 깎아서 사람들이 살았던 곳을 보존해놓은 곳이다.

터키 도자기 전시
동굴 안에 전시된 터키 전통 도자기들 — 색감이 진짜 예쁘다

여태까지 괴레메의 비슷한 풍경을 많이 봐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처음 가는 사람이면 멋지다고 느꼈을 것 같다. 특히 여기서 관광 온 태국 공주님을 볼 수 있었는데,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바로 우리 옆까지 오셔서 얼굴도 볼 수 있었다. ㅋㅋ 다들 "누가 공주야?" 맞추는 게 제일 신기했던 것 같다.

마지막 단체사진을 도우 아저씨 제안으로 찍었다.

레드투어 단체사진
레드투어 단체사진 — 포르투갈 부부 도우&티나와 함께. 당일 만났지만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특히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도우&티나와 이메일 주소를 교환했다. 당일 만났는데도 헤어지는 게 왜 이렇게 아쉬운지. 며칠 더 있었으면 같이 여기저기 다녔을 것 같다. 연락할게요, 바바이.


ATV 투어 — 석양 속의 MADMAX

레드투어가 끝나자마자 ATV 투어로 직행. 타러 가는데 뒤에서 "어제 그분이다!" 소리가 들린다. 어제 그린투어에서 만났던 한국분들이 여기도 계셨다. ATV가 무조건 재미있어질 것 같은 예감.

ATV 준비
ATV 출발 준비 — 헬멧 쓰고 고고

마스크를 3개나 챙겨왔는데 숙소에 두고 왔다. 먼지가 장난이 아닌데... 그래도 진짜 재미있었다. 특히 노을 보면서 ATV 타는 건 MADMAX 찍는 느낌이랄까?

로즈벨레를 아침에 봤던 곳인데 저녁에 또 가니까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마지막 석양 포인트에서 앞쪽으로는 노을이, 뒷편으로는 로즈벨레가 보이는데 진짜 절경.

ATV 석양 포인트
ATV 석양 포인트 — 카파도키아의 바위 위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전망대에서 사진 찍는 쟁탈전이 벌어졌다. 다들 좋은 사진 찍겠다고 눈치 싸움이 장난 아니다. 동행분 사진을 열심히 찍어드렸는데... "안 그래도 외국인이 찍어준 느낌의 사진이 필요했는데, 하늘이 이렇게 예쁜데 바닥이 더 많이 보인다고?" ㅋㅋ 엄청 갈굼 당했다.

ATV 전경 1 ATV 전경 2
노을 속 카파도키아 — ATV를 타고 바위 사이를 누비는 기분

저녁, 그리고 야간 버스

ATV가 끝나고 동행분들이 같이 저녁 먹자고 해줘서 감사히 합류했다. 밥 먹으면서 다음 일정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음 목적지가 똑같이 안탈리아. 안탈리아에서 다시 보기로 하고 식사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밤 버스를 타고 안탈리아로 출발. 버스비는 17유로. 자리가 딱 1자리 남았다고 했는데, 실제로 타보니 옆자리가 비어있었다. ㅎㅎ 운이 좋은 건지.

이렇게 카파도키아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9시간 야간 버스를 타고 내일 아침 안탈리아에 도착할 예정.


오늘 하루 요약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8:00카이막 집카이막+꿀+빵, 고양이 공격
09:00로즈벨레 파노라마첫 번째 전망, 포르투갈 부부 조인
10:00우치하사르 성하울의 움직이는 성 모티브
11:00가죽옷 몰뜬금없는 패션쇼 + 사과주스
12:00파샤드 계곡스머프 마을, 버섯바위 절경
13:00HAN 식당터키식 뷔페 (닭다리만 OK)
14:00상상의 계곡풍화 바위 + 뒤쪽 동산 절경
15:00야외 뮤지엄태국 공주님 목격, 단체사진
17:00ATV 투어MADMAX 느낌, 석양 전쟁
19:30저녁 식사동행분들과 함께
21:00야간 버스 탑승안탈리아행 9시간 (17유로)
TIP: 카파도키아에서 레드투어를 선택한다면 소규모 투어를 추천한다. 대형 버스 투어보다 가이드 설명이 잘 들리고 분위기도 좋다. ATV는 레드투어 끝나고 바로 이어서 할 수 있는데, 마스크 꼭 챙기기. 먼지 진짜 많이 날린다.
내일은 9시간 야간 버스를 타고 안탈리아에 도착한다. 하드리아누스의 문, 올드타운, 그리고 새로운 동행들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