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재입국 허가서를 찾아온 하루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재입국 허가서를 찾아온 하루

2026년 9월 4일 (금) · 6장 촬영

📍 9/4 (금)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 재입국 허가서를 찾아온 하루

3개 장소 | 6장 촬영 | 09:39 ~ 17:10

동선 타임라인

아침, 차를 맡기고

아침 아홉 시 반쯤. 하늘이 새파랗고 해가 정면으로 들어와서 사진을 찍으니 간판이 하얗게 날아갔다. 낡은 2층짜리 정비 공장, 위쪽엔 큼직하게 상호와 전화번호, 아래엔 '블루자동차'라고 한 번 더 붙어 있다. 옆에는 도장 부스가 따로 서 있고, 셔터 안쪽에서는 벌써 누가 쪼그려 앉아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맡길 차를 마당에 대놓고 잠깐 서 있었다. 뒤로는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서 있고, 정비소 처마 아래에는 뜯어놓은 범퍼며 부품들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아침부터 볕이 세서 바닥 시멘트가 벌써 뜨끈했다.

왼쪽: 해가 정면으로 걸린 2층 정비 공장과 도장 부스 · 오른쪽: 마당에 세워둔 흰색 SUV, 처마 밑엔 뜯어놓은 범퍼

초록색 여행 서류

차를 두고 나와 다음 일정으로 움직였다. 오늘의 진짜 용건은 이거였다. 미국에서 발급된 재입국 허가서(Travel Document). 여권처럼 생겼는데 표지가 쨍한 초록색이고, 가운데 국토안보부 문장이 박혀 있다.

받아 들고 그 자리에서 한 번 펼쳐 봤다. 맨 윗줄에 대문짝만하게 "This is NOT a United States Passport"라고 적혀 있는 게 좀 웃겼다. 여권이 아니라고 여권처럼 생긴 책자 첫 장에 굳이 못 박아 두는구나 싶었다. 사진과 인적사항, 유효기간이 인쇄된 면을 확인하고 다시 덮었다.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 파란 바닥에 앉아서 초록색 표지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봤다. 종이 한 권인데, 이게 있고 없고에 따라 다음 몇 년이 달라진다는 게 매번 신기하다.

왼쪽: 펼친 첫 장, "여권이 아니다"라는 굵은 경고문과 사진·유효기간 면 · 오른쪽: 지하철 안에서 손에 든 초록색 표지
TIP 이런 서류는 받자마자 이름·생년월일·유효기간이 맞게 찍혔는지 그 자리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게 낫다. 나중에 알면 다시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해 기울 무렵, 다리 옆 인도

오후 다섯 시가 넘어서 동네를 걸었다. 낮엔 28도까지 올라갔는데 이 시간이 되니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고가 옆으로 난 인도가 길게 뻗어 있고, 난간 그림자가 보도블록 위에 사다리처럼 촘촘히 깔렸다. 저 앞으로는 아파트 동들이 줄 맞춰 서 있고, 하늘엔 잔구름이 흩어져 있었다. 딱 초가을 하늘이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앞서 갔다. 분홍 원피스에 하트 모양 가방을 킥보드 손잡이에 걸고, 가다 서다 하면서 뭔가를 계속 만지작거렸다. 차도 쪽은 공사 중인지 빨강·하양 플라스틱 방벽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인도 안쪽으로만 다니라고 몇 번 말했다.

왼쪽: 난간 그림자가 깔린 인도와 그 끝의 아파트 단지 · 오른쪽: 킥보드에 올라선 아이, 도로 쪽엔 빨강·하양 공사 방벽

아침엔 정비소 마당, 낮엔 지하철, 저녁엔 동네 인도. 이동은 많았는데 멀리 간 데는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오늘 하루 정리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9:39동네 자동차 정비소해 정면으로 받으며 차 맡기기, 마당의 흰 SUV
10:11~10:24서류 찾으러 간 길초록색 재입국 허가서 수령, 지하철에서 다시 펼쳐 봄
17:10저녁 무렵 고가 옆 인도난간 그림자 위를 킥보드로 달리는 아이 따라 걷기
여권이 아니라고 적힌 초록색 책자 한 권과, 그림자 촘촘한 인도를 달리는 킥보드. 별일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