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 (토) 주사로 시작해 한강 불꽃으로 끝난 하루
7개 장소 | 27장 촬영 | 12:01 ~ 20:57
동선 타임라인
링거대 앞에서 시작한 오전
하루의 첫 사진이 주사 한 병이다. 손에 들린 봉투에는 '페타플루주사(페라미비르수화물) 60mL'라고 적혀 있었다. 아픈 채로 하루를 여는 기분이 유쾌할 리는 없는데, 그래도 낮이 되기 전에 병원 일을 끝내놓은 건 다행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 서울로
오후 네 시가 다 되어 집을 나섰다. 아이들이 앞서 뛰듯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간다. 한 명은 손잡이를 잡고, 한 명은 아예 난간 쪽에 매달리듯 팔을 뻗고. 지하로 내려가는 몇십 초 동안에도 가만있질 못한다ㅋㅋ


급행 승강장의 사람 벽
환승해서 올라선 9호선 급행 승강장. '타는 곳 / 고속터미널·김포공항' 안내판 아래로 사람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스크린도어 앞은 이미 여러 겹, 통로 쪽에서도 계속 사람이 밀려온다. 한 대 보내고, 또 한 대 보내고. 이쯤 되니 오늘 강변에 사람이 왜 많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창 하나가 통째로 한강
다섯 시 반쯤 도착. 문을 열고 들어가 커튼 옆으로 다가서니 창밖이 전부 한강이었다.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그 너머로 낮은 산줄기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종일 맑았던 날씨가 여기서 값을 했다.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63빌딩이 오른쪽 끝에 서 있고, 강변 공원 쪽은 벌써 사람으로 뒤덮여 있었다. 줌을 당겨보니 물결 모양 흰 건물 앞 잔디와 나무 사이가 전부 돗자리와 사람이다. 아까 승강장에서 본 줄이 다 여기로 온 모양이었다.


창가 구경을 한참 하고 나서야 식탁에 앉았다. 커피머신과 에어프라이어가 놓인 주방 카운터 너머로도 강이 보이는 집. 잠깐 앉아 숨을 돌렸다.


불빛이 하나씩 켜지는 시간
일곱 시 반이 넘자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바뀌었다. 강 건너 아파트와 빌딩에 불이 들어오고, 다리 위 가로등이 길게 이어졌다. 63빌딩 꼭대기 붉은 항공등이 깜빡인다. 강변 공원 쪽은 조명 아래로 사람 머리가 새까맣게 보였다.




여덟 시 조금 전, 창을 향해 서 있다가 유리에 비친 방 안을 찍었다. 야경 위로 사람들이 겹쳐 보인다. 밖을 찍으려던 사진에 안이 같이 찍히는 게 이 시간대의 창이다.

강 위로 터진 불꽃
여덟 시가 넘자 강 한복판 바지선에서 첫 발이 올라갔다. 소리는 한 박자 늦게 창을 두드리듯 들어왔다. 하얗게 퍼졌다가 금색 실처럼 흘러내리는 불꽃이 강물에 그대로 한 번 더 그려졌다.


중반부터는 여러 발이 동시에 올라갔다. 강 건너 빌딩 높이만큼 낮게 깔리는 금색 불꽃이 줄지어 터질 땐 하늘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켜지는 것 같았다. 초록·분홍이 물 위에 번져서 강 색깔이 계속 바뀌었다.


마지막은 하늘 절반이 한꺼번에 밝아졌다. 연기가 강 위에 낮게 깔리고, 그 위로 금색 점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사람 없는 창가에서 이걸 보고 있다는 게 좀 미안할 정도였다ㅎㅎ 끝나고 나니 강변에서 올라오는 사람들 행렬이 한참 이어졌다.


오늘 하루 정리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12:01 | 동네 병원 | 페타플루주사 한 병으로 시작한 하루 |
| 15:53 | 지하철역 | 에스컬레이터를 앞서 내려가는 아이들 |
| 17:22 | 여의도 한강뷰 집 | 창 하나가 통째로 한강, 강변엔 벌써 인파 |
| 19:36 | 해 질 무렵 창가 | 63빌딩과 다리에 불이 들어오던 파란 시간 |
| 19:52 | 밤이 된 창가 | 유리에 방 안과 야경이 겹쳐 보이던 순간 |
| 20:11 | 불꽃이 오른 한강 | 바지선에서 연달아 터진 금색 불꽃 |
| 20:56 | 불꽃 피날레 | 하늘 절반이 한꺼번에 밝아진 마지막 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