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의 비행 — 새벽 여섯 시 집 앞에서 킬리만자로행 야간 비행까지

1년 만의 비행 — 새벽 여섯 시 집 앞에서 킬리만자로행 야간 비행까지

2026년 9월 9일 (수) · 인천, 대한민국 → 이스탄불, 튀르키예 · 23장 촬영

📍 9/9 (수) 1년 만의 비행 — 새벽 여섯 시 집 앞에서 킬리만자로행 야간 비행까지

10개 장소 | 23장 촬영 | 06:12 ~ 21:53

동선 타임라인

새벽 여섯 시, 집 앞 골목

탄자니아로 가는 첫날이다. 1년에 한두 번은 출장을 가고 한 번은 꼭 여행을 가는데, 올해는 유난히 출장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올해 비행기를 타는 게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아침 6시부터 움직이기로 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배낭 하나 메고, 손에는 더플백 하나 들고 집 앞으로 나왔다. 아직 해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아서 공기가 서늘했다.

배낭 메고 더플백 들고 집 앞 도로에 선 나

불 켜진 공항버스

버스에 오르니 실내등이 주황색으로 켜져 있었다. 자리는 절반쯤 찼고, 다들 조용했다. 앞자리 등받이에 다리를 뻗고 앉아서 창밖만 봤다.

주황색 실내등이 켜진 공항버스 통로

제2여객터미널 앞

도착하니 8시였다. 항상 여행 갈 때마다 4시간 전에는 도착했었는데, 올해는 2시간 조금 넘게 남기고 도착한 셈이다. 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 구름이 적당히 떠 있었고, 아침 공기가 딱 좋았다.

왼쪽: 터미널 처마 아래 카트 줄과 셔틀버스 · 오른쪽: Terminal 2 Departures 3층 표지판 쪽 승하차장

아시아나 카운터에서 짐 부치기

J 카운터 쪽으로 갔다. 일반석 짐 부치는 곳이라고 분홍색 띠에 크게 적혀 있어서 헤맬 일이 없다. 아침이라 그런지 줄이 거의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석 짐 부치는 곳(J 카운터) 앞

출국심사와 면세 구역

출국장 줄은 생각보다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래도 흐름은 계속 움직여서 오래 걸리진 않았다. 통과하고 나서 무빙워크를 타고 게이트 쪽으로 걸었다.

왼쪽: 대형 광고판 아래로 늘어선 출국심사 줄 · 오른쪽: 252번 게이트 안내판이 보이는 면세 구역 통로

마티나 라운지

여기서 좀 아쉬운 게 하나 있었다. 원래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는 아시아나 라운지가 있어서, 아시아나 표만 끊으면 거기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제2여객터미널에는 아시아나 라운지가 없다. 그래서 마티나 라운지로 들어갔다. 나쁘진 않은데, 그래도 아시아나 라운지보다 낫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공짜 라운지를 누비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한 시간 남짓밖에 못 있었다. 그래도 먹을 건 야무지게 챙겼다. 스크램블에그, 베이컨, 만두, 콩조림에 컵라면, 비빔밥 한 그릇, 떡볶이, 시리얼에 우유,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아침부터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었지만 11시간 넘게 갇혀 있을 걸 생각하면 이게 맞다 싶었다ㅎㅎ

왼쪽: 마티나 라운지 입구 간판 · 오른쪽: 한 상 차려 놓은 라운지 아침
TIP 제2여객터미널에는 아시아나 라운지가 없다. 1터미널 시절 습관대로 갔다가는 헛걸음하니, 이용 가능한 다른 라운지를 미리 확인해 두는 게 낫다.

282번 게이트

라운지에서 나와 게이트로 갔다. 창밖으로 우리가 탈 비행기가 토잉카에 물려 있는 게 보였다. 전광판에는 10:25 ISTANBUL, Final Call이 떠 있었다.

왼쪽: 게이트 창밖, 토잉카에 물린 아시아나 여객기 · 오른쪽: 282번 게이트 앞과 10:25 이스탄불행 안내 화면

탑승권에는 OZ551, 탑승 09:55, 출발 10:25, 좌석 47J. 여권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왼쪽: 인천→이스탄불 OZ551 탑승권 · 오른쪽: 탑승 전 다시 확인한 여권

비상구 옆자리, 그리고 고장 난 USB

나는 웬만하면 비상구 옆자리로 티켓팅을 한다. 다리가 좀 긴 편이라, 안 그래도 좁은 이코노미에서 이 라인만이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해 준다. 11시간 20분을 가야 하는데 이게 없으면 다리에 쥐가 나서 복도를 계속 왔다 갔다 했을 거다.

비상구 옆 좌석, 앞이 트여서 다리를 뻗을 수 있다

그런데 자리에 앉고 보니 USB가 고장이 났나 보다. 꽂아 놓고 핸드폰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충전이 전혀 안 된다. 이럴 거면 미리 공지라도 해 줬으면 다른 자리에 앉았을 텐데, 공지도 없이 이런 자리를 돈 주고 팔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이건 나중에 항공사에 얘기를 해야겠다.

충전이 안 되니 핸드폰은 일찌감치 접고 창밖만 봤다. 구름은 저 아래에 깔려 있고, 창틀에는 성에가 끼어 있었다.

구름 위를 지나는 중, 창틀에 성에가 낀 창밖 날개

이스탄불 공항 도착

현지 시간으로 오후 네 시 반이 넘어서 내렸다. 터미널이 워낙 커서 무빙워크를 몇 번이나 갈아탔다. 노란 기둥이 줄지어 선 통로를 따라 계속 걸었다.

왼쪽: 무빙워크를 타고 이동하는 승객들 · 오른쪽: 노란 기둥이 늘어선 환승 통로

킬리만자로행 A10 게이트

환승 게이트는 A10. 안쪽 화면에 KILIMANJARO라고 떠 있는 걸 보니 이제 진짜 아프리카로 간다는 게 실감이 났다. 창밖에는 터키항공 기체가 브릿지에 붙어 있었고, 하늘은 아직 파랬다.

왼쪽: A10 게이트, 안쪽 화면에 뜬 킬리만자로 행선지 · 오른쪽: 게이트 창밖 터키항공 여객기와 탑승 브릿지

활주로, 그리고 노을

탑승하고 한참을 지상에서 움직였다. 창밖으로 멀리 돔과 첨탑이 있는 건물이 보였다. 활주로 끝까지 미끄러지듯 가다가, 이내 떴다.

지상 이동 중 창밖 — 날개 끝 너머로 보이는 돔과 첨탑

한 시간쯤 지나니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래로는 호수 몇 개가 마지막 빛을 받아 반짝였다. 오늘 하루 중 제일 좋았던 장면이다.

날개 아래 호수 위로 길게 깔린 저녁 노을

도시 불빛 위에서 받은 저녁

완전히 어두워진 뒤, 창밖으로 엄청나게 큰 도시가 통째로 깔려 있었다. 강줄기를 따라 불빛이 갈라지는 게 보였다. 위치를 보니 카이로 근처였다.

곧 기내식이 나왔다. 튀긴 생선에 완두콩 넣은 밥, 야채 샐러드, 디저트 두 개, 빵과 버터. 무난하게 잘 먹었다.

왼쪽: 창밖으로 펼쳐진 밤 도시의 불빛 · 오른쪽: 생선과 밥이 나온 기내식 트레이

오늘 하루 정리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6:12집 앞 골목배낭 하나, 더플백 하나로 출발
06:51공항버스 안주황색 실내등 아래 조용한 이동
08:11~09:13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체크인·출국심사, 마티나 라운지에서 아침 한 상
10:09~10:30282번 게이트이스탄불행 OZ551 탑승, 비상구 옆 47J
16:48~16:50이스탄불 공항무빙워크 갈아타며 환승 구역까지
17:30A10 게이트화면에 뜬 KILIMANJARO
18:11~18:39주기장·활주로터키항공 기체 앞에서 이륙까지
19:39기내호수 위로 떨어지는 노을
20:40~20:43밤 도시 상공불빛 위를 지나며 받은 기내식
21:53기내 창가구름 위, 성에 낀 창밖 날개
새벽에 집 앞을 나설 때만 해도 그냥 긴 하루였는데, 노을을 두 번 보고 나니 정말 멀리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USB 하나 때문에 종일 투덜거렸지만, 창밖은 계속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