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0 (목) 이슬비 내리는 아루샤, 문화유산센터와 옛날 시장을 걷다
14개 장소 | 89장 촬영 | 01:45 ~ 18:43
동선 타임라인
아유인조이 웨이다?
아침 8시 40분, 숙소 앞에서 다우디와 에릭을 만났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다우디가 대뜸 "아유인조이 웨이다?" 하고 물었다. 웨이다가 뭐지, 라이딩 같은 걸 즐기냐는 말인가 싶어서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 몇 초 지나서야 아, 웨더구나, 날씨 좋냐고 묻는 거였구나 하고 알아들었다. 아프리카식 영어 발음이 이런 식이구나 하고 혼자 납득하면서 오늘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여섯 군데를 돈다고 했다. 이동하는 짧은 순간마다 인사말도 하나씩 배웠다. 누가 "잠보" 하면 나는 "잠보잠보" 하고 받아치면 되고, 반갑게 맞아줄 때 쓰는 말은 "카리부", 고맙다는 말은 "아싼티". 거창한 것도 아닌데 이 세 마디를 입에 붙이고 다니니까 사람들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고, 덕분에 하루가 훨씬 편해졌다.
그리고 날씨. 아침부터 이슬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강수량으로 치면 3mm 정도밖에 안 되는 가벼운 비였는데, 25~28도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체감은 서늘했다. 내가 원래 비를 몰고 다니는 편이긴 한데, 아프리카에서까지 비를 만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춥다. 여기 사람들은 다들 긴팔에 잠바를 걸치고 다닌다. 오기 전엔 얼굴이 익을 정도의 뙤약볕과 무더위를 상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ㅋㅋ. 탄자니아 온다고 모기 걱정, 말라리아 걱정을 그렇게 했는데, 지금 날씨가 서늘해서인지 건기라서 그런지 모기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챙겨온 약이랑 스프레이가 다 무색할 지경이다.
돔 지붕 아래, 조각으로 가득한 집
첫 번째로 간 곳은 문화유산센터였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문화를 한자리에 모아둔 곳이라는데, 들어가자마자 규모에 놀랐다. 유리 돔 천장 아래로 물건이 층층이 쌓여 있고, 어느 방향을 봐도 끝이 안 보인다.


화분에 꽂힌 꽃이 전부 철판을 오려서 색칠한 것들이었다. 보라색 히아신스, 파란 히아신스, 빨간 튤립, 벌, 잠자리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티가 났다. 그 화분 사이사이에 검은 고릴라 조각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고, 바닥에는 갑옷 같은 등딱지를 가진 천산갑 조각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게 좀 웃겼다.


가운데 검은 철제 기둥이 우산살처럼 위로 갈수록 활짝 펴지면서 유리 돔 지붕을 받치고 있다. 그 아래로 원형 통로가 층마다 빙 돌아가고, 난간에는 구슬 장식 천과 방패 모양 목판이 줄줄이 걸려 있다. 벽면에는 나무 가면과 얼룩말 무늬 접시가 빼곡했다. 사진으로는 이게 얼마나 큰 공간인지 잘 안 담긴다.


돌을 깎아 만든 동물들이 줄줄이 놓여 있었다. 초록색이 도는 돌이 특히 많았는데, 돌결이 다 달라서 같은 버팔로, 같은 코끼리라도 하나씩 색이 미묘하게 달랐다. 상아 부분만 흰 재료를 따로 박아 넣은 것도 있어서 가까이서 보면 더 정교했다.


층이 나선처럼 이어져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래 매장이 통째로 눈에 들어온다. 벽에 접시처럼 걸린 둥근 물건들이 전부 손으로 짠 바구니고, 그 아래 선반에는 비즈 팔찌와 목걸이가 색깔별로 쌓여 있었다.
기린 기둥이 서 있는 입구


입구 통로 양쪽으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목각 기둥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위에 얼룩말 머리 조각과 밀짚모자, 등불이 매달려 있었다. 통로 정면 위쪽엔 인물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안쪽으로 진짜 나무를 통째로 깎아 세운 기린 조각이 사람들 사이로 목을 내밀고 있었다.
층층이 쌓인 그림과 조각

가게 옆이 바로 박물관 같은 전시장으로 이어졌다. 곡선을 그리며 늘어선 유리 진열장 안에 가면, 항아리, 부족 인형이 조명을 받으며 놓여 있고, 앞쪽 바닥에는 못이나 털을 촘촘히 박은 주술적인 인물 조각들이 서 있었다. 여기부터는 파는 물건인지 전시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림이 층마다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자, 물소, 코끼리, 마사이 사람 초상화, 색색의 추상화까지 종류가 다양했다. 한 층을 다 보고 올라가면 또 그만큼의 그림이 나왔다. 가운데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도 층층이 뭐가 걸려 있는지 다 들여다보였다.


이건 한참 서서 봤다. 등받이 꼭대기부터 좌석 아래 받침까지 기린, 임팔라, 얼룩말, 코뿔소, 사자가 나무를 뚫고 층층이 서 있는 옥좌 같은 의자였다. 양옆에는 사자 두 마리가 지키듯 앉아 있었다. 나무 한 덩어리에서 저 많은 동물을 다 깎아낸 거라니, 도대체 몇 달이나 걸렸을까 싶었다.





아래층은 사람이 거의 없어서 조용했다. 위층의 북적임과 다르게 여기는 조명 아래 물건들만 나란히 놓여 있었다. 여기까지 다 둘러보고 나오니 한 시간 가까이 지나 있었다.
진짜 옛날 시장
두 번째로 간 곳은 센트럴 마켓이었다. 여기는 아까와 완전히 달랐다. 정리된 진열장이 아니라 바닥에 그대로 쌓인 물건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말 그대로 진짜 옛날 시장이었다. 가이드가 이것저것 손으로 만져보게 하고, 먹어보게 하고, 보여주면서 설명해줬는데 그게 꽤 볼만했다.
혼자 다니는 아시아인
오늘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사람들이 나를 엄청 쳐다본다. 혼자 다니는 아시아인을 자주 못 봐서 그런 것 같다. 기분 나쁜 시선은 아니고, 신기해하는 쪽에 가까웠다.
돌아다닐수록 확실히 느껴지는 게 있었다. 아시아도 아니고 유럽도 아닌,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왜 아프리카가 따로 하나로 묶여서 불리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티비에서만 보던 그 아프리카가 눈앞에 그대로 있는 것 같았다 ㅋㅋ. 비 오고 쌀쌀한 날씨에, 모기 한 마리 없는, 상상과는 전혀 다른 아프리카였지만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졌다.
오늘 하루 정리
| 시간 | 장소 | 하이라이트 |
|---|---|---|
| 01:45 | 새벽 이동 구간 | 해 뜨기 한참 전, 사진 두 장만 남았다 |
| 03:58 | 킬리만자로 방면 | 아루샤로 넘어가는 길목 |
| 04:36 | 도로 위 잠깐 | 차창 밖으로 한 장 |
| 05:26 | 아루샤 시내 숙소 | 새벽에 도착, 짐 풀고 잠깐 눈 붙임 |
| 08:29 | 숙소 앞 | 다우디·에릭과 만남, "아유인조이 웨이다?" |
| 09:26 | 문화유산센터 | 돔 지붕 아래 조각·그림이 층층이, 동물 옥좌 의자에 한참 멈춰 섬 |
| 10:27 | 시내로 가는 길 | 센터에서 시내 방향으로 이동 |
| 10:33 | 센트럴 마켓 | 만지고 먹어보고 구경한 진짜 옛날 시장 |
| 11:33 | 마켓 옆 골목 | 시장에서 이어진 거리를 그대로 걸음 |
| 11:53 | 시내 한 바퀴 | 걸을 때마다 따라오는 시선 |
| 12:38 | 시내 중심 | 짧게 머문 구간 |
| 13:36 | 오후 휴식 | 점심 지나 잠깐 정리하는 시간 |
| 17:04 | 저녁 이동 | 해 질 무렵 짧게 이동 |
| 18:13 | 숙소 복귀 | 하루 일정을 마치고 복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