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렝게티 첫날, 기대는 늦게 찾아왔다

세렝게티 첫날, 기대는 늦게 찾아왔다

2026년 9월 13일 (일) · 세렝게티 국립공원, 탄자니아 · 245장 촬영

📍 9/13 (일) 세렝게티 첫날, 기대는 늦게 찾아왔다

43개 장소 | 245장 촬영 | 06:48 ~ 19:50

동선 타임라인

숙소 테라스에서 본 아침

사파리 투어 둘째날. 오늘은 드디어 세렝게티에 들어가는 날이라 눈 뜨자마자 마음이 들떴다. 일어나서 바로 짐부터 쌌다. 다 싸놓고 식사하러 내려갔는데, 역시나 여기서 보이는 뷰가 예뻤다. 아래로 나무가 빽빽하고 저 멀리 산이 길게 누워 있는데, 그 뒤로 해가 막 올라오고 있었다.

숙소 아래로 펼쳐진 나무들과, 멀리 산 위로 올라오는 아침 해

이 뷰를 보면서 조식을 먹었는데 음식도 아주 맛있었다. 먹고 있으니 가이드가 왔다. 가이드도 같이 밥을 먹고, 우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숙소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친구들 숙소에 들러서

친구들 숙소는 초가지붕을 얹은 건물이었다. 마당에 화분이 줄지어 있고 파라솔 밑에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었다. 여기서 친구들을 만나 어제 저녁은 어땠는지, 숙소는 어땠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좀 나눴다. 그리고 우리는 세렝게티로 출발했다. 출발 시간이 아홉 시가 좀 안 됐던 것 같다.

초가지붕을 얹은 로지 건물, 마당에 파라솔과 화분들

먼지와 비포장길, 그리고 전망대

세렝게티로 가는 길에 차는 계속 위로 올라갔다. 창밖은 한동안 온통 짙은 숲이었다. 그러다 전망 좋은 곳에서 차를 세웠고, 응고롱고로 분화구가 내려다보이는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만 안개가 잔뜩 껴서 저 아래가 뿌옇게만 보였다.

왼쪽: 고원으로 오르는 길 양옆의 짙은 숲 · 오른쪽: 분화구 전망대 난간, 뒤로 안개 낀 분화구 바닥

거기까지 가는 동안 정말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비포장도로가 많은데 요즘은 또 건기라, 차가 지나가기만 하면 먼지가 전부 위로 올라온다. 차 안으로 먼지가 계속 들어왔고, 나는 맨 뒷자리라서 차의 바운딩을 그대로 다 느꼈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맨 뒷자리에 평온하게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었는데, 옆에 앉은 스코틀랜드 친구는 머리가 찍혀서 피가 났다. 그래서 내가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기도 했다ㅋㅋ

숲이 끝나자 길은 마른 초원으로 바뀌었다. 길가에 마사이 마을이 있었고,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멀리서 보였다.

길가의 마사이 마을, 울타리 안쪽 집들과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
TIP 세렝게티 입장권은 하루 단위로 사고, 가이드가 산다. 우리 가이드는 오후 1시를 기준으로 끊어서, 우리는 다음날 1시까지 세렝게티에 머무를 수 있었다.

세렝게티 게이트의 점심

한 시가 되어 세렝게티 입구에 도착했다. 가보니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밥을 먹고 있었고, 우리도 거기서 먹었다. 오늘은 특별히 셰프가 따라왔는데, 텐트에서 자는 사람들 밥을 만들어 주려고 같이 왔다고 한다. 붉은 마사이 천을 깐 테이블 위에 밥이랑 고기, 콩, 바나나가 올라왔다.

마사이 천을 깐 테이블 위 밥과 고기, 바나나 한 송이와 생수병들

솔직히 이때 몸 상태가 별로였다. 먼지를 너무 많이 먹었고 맨 뒤에 있어서 그런지 목도 아프고 머리도 좀 맹한 느낌이었다. 그 상태로 밥을 먹고, 또 맨 뒷자리에 타서 동물을 찾아 다녔다.

기대와 다른 오후

세렝게티라고 해서 엄청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안에서 돌아다녀 보니 나타나는 동물 종류도, 마릿수도 별로 많지 않았다. 타조 한 마리, 바위 위에 엎드린 점박이 두 마리.

왼쪽: 마른 초원에 서 있는 타조 · 오른쪽: 바위 위에 나란히 엎드린 점박이 두 마리, 뒤에 사파리 차량

가젤 무리가 풀을 뜯고, 저 멀리 마른 덤불 사이에 수사자 한 마리가 엎드려 있었다. 사자는 사자인데, 기대했던 그림하고는 좀 달랐다.

왼쪽: 풀을 뜯는 가젤 무리, 지평선 위로 회오리 먼지 · 오른쪽: 마른 덤불에 엎드린 수사자

그다음부터는 계속 이런 식이었다. 풀 사이에 뭔가 웅크리고 있고, 조금 가면 영양 한 마리가 서 있고, 또 조금 가면 자칼이 길을 건너고. 차는 천천히, 그날 다른 친구들이 잘 텐트 쪽으로 움직이면서 동물을 찾아 헤맸다.

왼쪽: 마른 풀 사이에 웅크린 점박이 동물 · 오른쪽: 큰 뿔이 난 영양 한 마리
왼쪽: 흙길 앞 풀숲의 자칼, 뒤로 먼지를 뿜으며 달리는 사파리 차들 · 오른쪽: 마른 풀밭에 누워 있는 동물, 거의 구분이 안 된다

큰 바위 언덕 앞에서도 한참 섰다. 바위 위에 작은 동물 한 마리가 앉아 있었고, 조금 떨어진 땅에도 비슷한 놈이 한 마리 있었다.

왼쪽: 커다란 바위 위에 앉은 작은 동물 · 오른쪽: 마른 풀 사이 땅에 있는 작은 검은 동물

그나마 이날 오후에 제일 좋았던 건 치타 한 마리였다. 마른 풀을 헤치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저 멀리 바위 언덕들이 지평선에 얹혀 있어서 그림이 그럴듯했다.

마른 초원을 걸어가는 치타, 지평선에 바위 언덕들이 보인다

텐트촌에 친구들을 내려주고

결국 몇 마리 보지도 못하고 숙소 쪽으로 향했다. 완전 큰 실망이었다. 먼저 텐트촌에서 다른 친구들이 내렸는데, 텐트인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살아서 보자"고 인사해 줬다ㅎㅎ 그때까지도 나와 한국인 친구는 우리가 투어 비용이 저렴해서 거리도 멀고 숙소도 별로인 곳에서 자는 줄 알고 있었다.

평지에 줄지어 선 초록색 텐트들, 하늘은 잔뜩 흐렸다

숙소로 가는 40분

친구들을 내려주고 우리를 태운 차가 우리 숙소 쪽으로 가는데, 헐 대박. 그때부터 수많은 동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길 옆으로 버팔로 떼가 풀을 뜯고 있었다.

비포장 길 옆 아카시아 한 그루와 뒤편 언덕
덤불 사이에서 풀을 뜯는 버팔로 떼

그리고 코끼리.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떼로 나타나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잘 구경했다. 덤불 사이에서 나뭇가지를 코로 잡아당기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왼쪽: 길가 아카시아와 그 뒤 언덕 · 오른쪽: 덤불 사이에서 나뭇가지를 잡아당기는 코끼리

얼룩말 무리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지평선이 주황색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몇 시간 돌아다닌 것보다, 숙소로 가면서 본 이 사십 분 정도가 훨씬 인상에 남았다.

왼쪽: 노을 지는 평원에 서 있는 얼룩말들 · 오른쪽: 구름 아래 지평선이 길게 붉어진 하늘

울타리 없는 숙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또 헐 대박. 우리 숙소가 무척 좋았다. 방 안에 침대도 두 개고 화장실도 안에 있고 샤워실도 안에 있고 충전도 다 됐다. 저렴한 투어라 별로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게 민망할 정도였다.

이 숙소는 세렝게티 안에 있어서, 밥 먹으러 가려면 무전기로 카운터에 이야기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를 에스코트하러 사람을 보내준다. 우리끼리 다니면 야생동물 때문에 위험할 수 있어서, 어디를 이동하든 꼭 에스코트를 해준다.

저녁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이것도 완전 맛있고 먹을 것도 많았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우리를 위해 벌레 들어오지 말라고 침대마다 모기장 같은 걸 쳐 주셨다. 서비스가 완전 좋았다. 우리는 피곤해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바로 침대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 정리

시간장소하이라이트
06:48숙소 전망 테라스짐 싸고 내려다본 아침 풍경
07:34숙소 식당뷰 보며 조식, 가이드 합류
08:22다른 팀 숙소초가지붕 로지에서 친구들과 합류
09:52고원으로 오르는 숲길차가 계속 올라간다
10:08숲길 고갯마루창밖이 온통 나무
10:10숲길 중간먼지가 차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
10:23숲 전망 구간짙은 숲이 아래로 펼쳐짐
10:35응고롱고로 분화구 전망대안개 낀 분화구 앞에서 사진
11:17분화구 외곽 길숲이 끝나고 마른 초원 시작
11:24초원 길먼지 날리는 비포장 구간
11:33마사이 마을 앞길가 마을과 붉은 옷 입은 사람들
12:03이동 중 초원맨 뒷자리에서 계속 튀어오름
12:36이동 중 평원창밖이 점점 넓어진다
13:10세렝게티 게이트도착·점심, 입장권은 오후 1시 기준
14:09게이트 앞 초원밥 먹고 다시 차에 오름
14:14초원타조 한 마리
14:34바위와 아카시아바위 위에 엎드린 점박이 두 마리
15:00초원가젤 무리
15:08덤불수사자 한 마리가 엎드려 있다
15:27마른 풀밭풀 사이에 웅크린 점박이 동물
15:47초원 길천천히 이동
15:53초원큰 뿔 달린 영양 한 마리
16:04초원 길동물이 생각보다 안 나온다
16:13흙길자칼, 뒤로 먼지 뿜는 사파리 차들
16:27마른 풀밭풀 속에 뭔가 누워 있었다
16:29풀밭잘 안 보이는 동물을 한참 봄
16:38초원 길슬슬 실망이 쌓임
16:48바위 언덕바위 위와 땅의 작은 동물
16:59초원치타 한 마리가 풀을 헤치며 걷는다
17:27텐트촌친구들 내려주고 "살아서 보자"
18:01숙소로 가는 길여기서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18:02비포장 오르막길 옆 아카시아와 언덕
18:09덤불 길동물 흔적이 많아진다
18:10덤불버팔로 떼가 풀을 뜯는다
18:13아카시아 길해가 기울며 하늘이 맑아짐
18:15덤불코끼리를 아주 가까이서 봄
18:19초원코끼리가 한 마리가 아니라 떼
18:22노을 평원얼룩말 무리와 붉어지는 지평선
18:23노을 평원차를 세우고 한참 봄
18:24노을 하늘구름 아래로 마지막 빛
18:28숙소 진입로거의 다 왔다
18:35숙소 도착침대 둘·화장실·샤워실 다 있는 좋은 방
19:33숙소 식당에스코트 받고 가서 먹은 뷔페 저녁
몇 시간을 헤매도 안 나오던 동물들이, 이제 그만 포기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한꺼번에 쏟아졌다. 오늘 하루를 뒤집은 건 결국 그 사십 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