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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돌이킬 수 없는 하나

경계 게이트가 열리다 멈췄다. 잠금음이 두 번 튀고, 남부 물목 지도에서 부표 세 개가 동시에 노랗게 바뀌었다. 도경은 출입 카드를 다시 댔다. 화면은 권한 부족을 띄웠다.

아마라는 반대편 검문대에 서 있었다. 검은 방수 재킷 소매가 젖어 있었고, 손에는 현장 단말이 들려 있었다. 한때는 서로의 단말을 말없이 받아 보던 사이였다. 지금은 같은 오류를 보고도 각자 다른 문 앞에 서 있었다.

“동쪽 부표가 밀려요.” 도경이 먼저 말했다.

아마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단말을 들여다본 뒤 경비원에게 짧게 지시했다. “수동 고정으로 전환해요. 연구팀 쓰기 권한은 열지 말고.”

“읽기만으로는 늦습니다.”

“그래서 당신 권한을 여는 건 더 늦어요. 세이렌 잠금이 반응하면 전체가 닫힙니다.”

도경은 게이트 사이의 좁은 틈을 봤다. 자동문은 손바닥 하나만큼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소금기 섞인 금속 냄새가 들어왔다. 김도현이 남긴 회색 격자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지금 부표가 떠내려가면 남부 이동로 가장자리가 다시 빈칸이 된다.

“내 단말에 원음압 세 줄이 있습니다.” 도경은 단말을 들어 보였다. “당신 쪽에는 부표 추진기 상태가 있겠죠. 둘을 맞춰야 해요.”

“맞춘 다음에는요.”

“그다음은 당신이 결정하세요.”

아마라의 턱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거절하려는 사람의 표정은 아니었다. 다만 받아들이기 전에 상처의 크기를 다시 재는 얼굴이었다.

경비원이 둘을 번갈아 봤다. “공동 접근 승인 필요합니다.”

아마라가 자기 카드를 댔다. 도경은 잠깐 늦게 카드를 겹쳤다. 손등이 스쳤다. 둘 다 물러나지 않았다. 화면에 제한 공동 접근이라는 글자가 떴다. 쓰기 권한 없음. 수동 명령은 현장 책임자 단독.

“데이터만 넘겨요.” 아마라가 말했다.

도경은 원음압 하단을 잘라 전송했다. “가스대 떨림이 아니에요. 주기가 달라요. 부표가 소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추진기 공동진동?”

“가능성. 확인하려면 2번 축만 꺼야 합니다.”

“꺼서 밀리면?”

“고래 이동로 쪽으로 더 밀립니다.”

아마라는 짧게 욕을 삼켰다. 도경이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았다. 예전 같으면 그 욕에 둘 다 웃었을 것이다. 지금은 오류음만 사이에 남았다.

“2번 축 11초 정지.” 아마라가 경비원에게 말했다. “명령자는 나로 남겨요.”

도경은 그래프를 고정했다. 축이 멈추자 노란 선이 흔들렸다가 가라앉았다. 부표 위치는 더 나빠지지 않았다. 음압 하단의 떨림도 사라졌다.

아마라는 단말을 내렸다. “맞았네요.”

“완전히는 아닙니다. 원인이 남아 있어요.”

“그건 안으로 들어와서 봐야겠죠.”

아마라는 게이트를 더 열라는 손짓을 했다. 도경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보냈다. 협력은 허락보다 작았고, 화해보다는 더 조심스러웠다.

*

임시 분석실은 컨테이너 안에 있었다. 바닥 고정 장치가 느슨해 걸을 때마다 장비함이 낮게 울렸다. 아마라는 부표 추진기 로그를 띄웠고, 도경은 원음압을 시간축에 맞췄다. 두 화면의 붉은 점이 같은 위치에서 겹쳤다.

“68일 전에도 이 패턴이 있었어요.” 도경이 말했다.

아마라의 손가락이 멈췄다. 둘 다 날짜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했다. 도경에게는 아마라가 세이렌 감사팀에 내부 기록을 넘긴 날이었다. 아마라에게는 도경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날일 수도 있었다.

“그때 당신은 내 검증 로그를 빼냈습니다.”

“세이렌에 준 게 아닙니다.”

“결과는 같았습니다.”

“결과가 같았다는 말로 동기가 지워지진 않아요.”

도경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부표 진동 곡선은 단순했다. 사람 사이 곡선은 늘 불필요하게 복잡했다.

아마라가 보안 폴더 하나를 열었다. 사본이 아니라 열람 기록이었다. “나는 총괄실 비공개 검토망으로 보냈어요. 당신이 그날 해류 출력에 현장 명령을 맞추려 했으니까.”

“고래가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멈춰야 했어요. 당신은 그때 번역값을 검증값처럼 썼습니다.”

도경은 반박하려다 입을 닫았다. 그날의 화면이 떠올랐다. 모계 7의 코다, 해류의 후보문, 아버지 기록의 시간표. 셋이 한 줄로 맞는 것처럼 보였다. 맞아 보이는 순간부터 도경은 다른 설명을 늦게 열었다.

“당신은 나를 막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까.”

“있었죠. 당신 앞에서 말하는 방법.”

“그럼 왜 안 했습니까.”

아마라는 웃지 않았다. “당신이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건 내 오만이었고, 겁이기도 했어요. 공개 절차를 택하면 적어도 당신이 혼자 명령하지 못할 거라 믿었습니다.”

“그 절차가 세이렌 손에 들어갔습니다.”

“알아요.”

아마라는 그 말을 피하지 않았다. 짧은 인정은 김도현과 달랐다. 김도현의 인정에는 제출 서류가 붙어 있었고, 아마라의 인정에는 오래 닫아 둔 문이 붙어 있었다.

도경은 부표 로그를 확대했다. “나도 그날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류가 내놓은 후보를 너무 빨리 믿었고, 아버지 기록이 겹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이 느리게 보였습니다.”

“당신은 늘 느린 합의를 미워했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끔, 느림은 방해가 아니라 브레이크였어요.”

도경은 그 문장을 받아 적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 연구 노트에 넣으면 덜 아플 것 같았다. 대신 숫자를 봤다. 부표 2번 축의 진동은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 보정 알고리즘에서 생겼다. 자기 위치를 지키려는 작은 장치가, 오히려 길을 흔들고 있었다.

“원인 찾았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위치 보정이 과하게 물고 늘어졌어요. 흔들림을 바로잡으려다 소리를 만든 겁니다.”

아마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얘기 같네요.”

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면 너무 쉽게 정리될 것 같았다.

“2번 축 보정치를 낮추겠습니다.” 아마라가 말했다. “당신 검증값을 붙여서.”

“명령자는 당신으로 남기세요.”

“그건 변하지 않아요.”

둘은 같은 파일을 보며 잠시 일했다. 키보드 소리와 장비함 울림이 좁은 컨테이너 안에서 겹쳤다. 예전처럼 빠르게 맞아 들어가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했다. 잘 맞는 손이 항상 같은 방향을 고르는 것은 아니었다.

*

보정치가 적용되자 부표는 이동로 바깥에서 멈췄다. 남부 물목 지도에 노란 경고가 하나씩 사라졌다. 도경은 원음압을 다시 샘플링했다. 낮은 떨림은 없어졌고, 먼 곳의 클릭만 드문드문 남았다.

아마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도경의 이름은 공동 분석자로 들어갔지만, 현장 명령권자 칸은 비어 있지 않았다. 아마라 자신의 이름만 있었다. 도경은 그 칸을 오래 보지 않으려 했다.

“프로젝트 안으로 복귀 신청을 넣을 수 있어요.” 아마라가 말했다. “이번 건은 도움이 됩니다. 총괄도 알 겁니다.”

도경은 단말을 잠갔다. “그 말은 초대입니까, 절차 안내입니까.”

“둘 다일 수는 없겠죠.”

“그럼 절차 안내로 듣겠습니다.”

아마라의 눈썹이 아주 조금 내려갔다.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해서요?”

“믿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뭐예요.”

도경은 컨테이너 문 쪽을 봤다. 바깥에는 경계선이 흰 페인트로 그어져 있었다. 안쪽은 프로젝트 구역, 바깥은 임시 협력자 대기 구역. 선은 얇았지만, 출입 기록은 얇지 않았다.

“나는 여기 안에서 다시 같은 방식으로 몰릴 겁니다. 빠른 명령, 해류 후보, 아버지 기록. 그리고 당신은 나를 막기 위해 절차를 찾겠죠.”

“그게 나쁜가요.”

“아니요.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아마라는 펜을 내려놓았다. “나는 프로젝트에 남을 겁니다. 안에서 권한을 줄이고, 회의록을 열고, 세이렌 통로를 잘라야 해요. 밖에서 욕하는 건 누군가 하겠죠. 나는 안에서 버틸 겁니다.”

“당신답습니다.”

“예전의 당신이라면 같이 하자고 했을 거예요.”

도경은 입술 안쪽을 살짝 눌렀다. 그 말에는 미끼가 없었다. 그래서 더 깊이 걸렸다. 같이 하자는 말은 아직 달콤했다. 깨진 자리에 천을 덮고 앉을 수 있을 만큼.

“예전의 나도 틀린 게 많았습니다.”

아마라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을 배신했어요.”

“나는 당신이 왜 그랬는지 이해합니다.”

“그럼 끝인가요?”

“끝은 아닙니다.”

도경은 단말을 가방에 넣었다. “하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는 답도 아닙니다.”

컨테이너 안이 좁아졌다. 같은 공기를 나눠 마시는 일이 갑자기 힘들어졌다. 아마라는 보고서 마지막 줄에 전자서명을 했다. 전송 표시가 켜졌다.

“당신 검증값은 남깁니다.” 아마라가 말했다. “당신 권한은 열지 않겠습니다.”

“그게 맞습니다.”

“서운하네요. 맞는 말을 들었는데.”

도경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습니다.”

둘 사이에 적의는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빈자리가 채워진 것도 아니었다. 이해는 서로의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고, 문을 대신 열어 주지는 않았다.

*

저녁이 되자 경계등이 푸른색으로 낮아졌다. 도경은 임시 출입증을 반납했다. 플라스틱 카드가 회수함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가볍게 났다. 오늘 하루 쥐고 있던 권한치고는 너무 싼 소리였다.

아마라는 안쪽 게이트 앞에서 멈췄다. 도경은 바깥 통로에 섰다. 둘 사이에는 유리도, 잠금문도 없었다. 다만 바닥의 흰 선이 있었다. 낮에는 장비와 사람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선이었다.

“부표 안정화는 두 시간 더 볼게요.” 아마라가 말했다.

“음압 하단이 다시 흔들리면 내 검증 콘솔로 사본 보내세요.”

“직접 들어와서 보면 빠릅니다.”

“빠른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면서요.”

아마라는 이번에는 조금 웃었다.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당신은 밖에서 뭘 할 겁니까.”

“읽을 수 있는 것부터 읽겠습니다. 남은 로그, 봉인된 기록, 고래 이동로.”

“사람은요?”

도경은 가방 끈을 고쳐 잡았다. 김도현이 사라진 복도, 하리시의 닫힌 회의실, 어머니가 받지 않은 통화 목록이 짧게 지나갔다. 사람은 파일처럼 열리지 않았다. 열람 권한을 얻었다고 내용을 견딜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라는 더 묻지 않았다.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둘 사이에 남은 마지막 예의처럼 느껴졌다.

“도경.” 아마라가 불렀다.

도경은 멈췄다.

“미워서 이렇게 되는 건 아니에요.”

“압니다.”

“안다는 말이 가끔 더 잔인하네요.”

도경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미워하면 간단했을 것이다. 잘라 내고, 반대편에 세우고, 다음 오류만 보면 됐다. 하지만 아마라는 오늘 부표를 살렸고, 도경의 데이터를 왜곡하지 않았고, 오래전 잘못을 면죄부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멀어지는 일이 더 또렷했다.

아마라는 안쪽으로 돌아섰다. 도경은 바깥 통로를 향해 걸었다. 몇 걸음 뒤,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문이 열렸다. 안쪽 문에서는 장비실 냉각음이 흘러나왔고, 바깥 문에서는 항만의 낮은 엔진음이 들어왔다.

도경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단말이 한 번 진동했다. 아마라가 보낸 파일이었다. 부표 안정화 1차 보고. 공동 분석 기록 포함. 접근 권한 없음.

도경은 파일을 저장만 하고 열지 않았다. 이해가 회복의 다른 이름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남은 답은 더 작고 단단했다. 이해해도 같은 자리에 설 수 없는 관계가 있었다.

바닥의 흰 선은 뒤로 멀어졌다. 아마라는 프로젝트 안쪽으로, 도경은 경계 바깥으로 걸었다. 같은 오류를 고친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한 채 다른 방향으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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