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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입 · 침묵의 색인

기록 4 — 파일이 아닌 것

《침묵의 색인》에는 꺼낼 수 없는 항목이 있다. 크기도 없고, 해시도 없고, 저장된 자리를 가리키는 주소밖에 가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색인은 그것을 빈칸으로 지우지 않고 남겨 둔다.

항목 어떤 기억 크기 없음 조건 좌표 · 수심 · 순서 · 함께 우는 여럿 상태 파일 아님

파일은 옮길 수 있다. 복사할 수 있고, 잠글 수 있고, 지울 수 있다. 그러나 이 항목은 옮겨지지 않는다. 같은 소리를 다른 물에서 틀면 가운데가 비고, 같은 물이라도 깊이가 어긋나면 뜻이 흩어진다. 좌표와 깊이와 차례가 맞아떨어지고, 살아 있는 여럿이 같은 자리에서 오래 울 때에만, 오래된 울림이 지금의 울림 위로 잠깐 떠오른다.

그러니 이 기억을 가지려는 자는 곧 알게 된다.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주소뿐이고, 기억 자체는 그 자리에 사는 이들이 다시 살아 낼 때만 나타난다는 것을. 상자를 열면 있을 줄 알았던 것이, 애초에 상자에 든 적이 없었다. 바다는 저장장치가 아니었다. 조건을 가진 자리였다.

색인은 이 항목 옆에 상자를 그리지 않는다. 대신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지도를 아무에게나 건네지 않는다. 어떤 자리는, 부르는 법을 아는 순간 부르지 말아야 할 이유도 함께 알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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