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검을 지고
촛불은 한 번 기울었다가 바로 섰다.
진소백은 그 불빛 아래에 검을 놓았다. 검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물건이었다. 칼날은 중간에서 끊겨 있었고, 남은 날마저 곳곳이 검게 죽어 있었다. 쇠가 오래 물을 먹은 자리는 손톱으로 긁으면 가루가 묻어날 듯했다. 무덤 속 흙냄새가 아직 빠지지 않았는지, 객잔 방의 묵은 장판 냄새 사이로 축축한 쇠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그는 손을 씻고도 다시 손가락 끝을 내려다보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손끝이 어두운 것 같았다.
“또 보십니까.”
문가 쪽에서 그 여자가 말했다.
진소백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볼 게 남았소.”
“아까도 오래 보셨습니다.”
“아까는 들여다본 것이고, 지금은 못 본 걸 찾는 중이오.”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소백은 검을 뒤집었다. 검날은 볼수록 별것 없었다. 부러진 자리는 날카롭지 않았다. 누가 자른 것인지, 부딪혀 꺾인 것인지, 쇠를 다루는 자라면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진소백의 눈에는 살결이 터진 모양과 뼈가 어긋난 모양은 들어와도, 쇠가 죽은 까닭은 들어오지 않았다.
의원에게 쇠붙이는 결국 상처의 원인이거나, 상처를 헤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손잡이는 달랐다.
진소백은 검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손잡이가 넓었다. 처음에는 오래된 천과 때가 뭉쳐 부풀어 오른 줄 알았다. 그러나 천이 헤진 아래로 드러난 뼈대 자체가 넓었다. 보통 손에 쥐는 것보다 한 치쯤 더 벌어진 느낌이었다. 장정의 손이라 해도 남을 듯했다.
그는 손을 올려 보았다.
맞지 않았다.
손바닥 안쪽이 떠서, 힘을 주면 검이 흔들렸다. 손가락을 억지로 감아도 검집 없는 부러진 날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 모양이 어색해, 그는 다시 내려놓았다.
“무겁습니까?”
“무게 때문은 아니오.”
“그럼요?”
진소백은 손잡이 부분을 촛불 쪽으로 돌렸다.
“손잡이가 이상하오. 너무 넓소.”
그 말이 떨어진 뒤에야 방 안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래층에서는 늦은 술손님 둘이 아직도 낮게 떠들고 있었고, 마당에서는 말 한 마리가 발굽으로 땅을 긁었다. 그런데 방 안에서는 그 여자 쪽 숨소리마저 짧게 끊긴 듯했다.
진소백이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는 검을 보고 있었다. 이전처럼 멀찍이 스치듯 보는 눈이 아니었다. 약재를 고를 때처럼, 상처의 빛깔을 가릴 때처럼, 시선을 한곳에 박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촛불이 그녀의 눈 가장자리를 건드렸다가 빠졌다.
진소백은 검 위에 손을 얹었다.
“아시오?”
그 여자의 눈이 그제야 움직였다.
“무엇을요.”
“이 검.”
대답은 곧 오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웃음이 한 번 터졌다. 누군가 잔을 놓는 소리가 딱 하고 들렸다. 그 여자는 문가에 서 있다가 천천히 방 안으로 두 걸음 들어왔다. 그러고도 검과 진소백 사이의 거리를 한 자 남겼다.
“모릅니다.”
진소백은 그녀를 보았다. 그 부정은 늦었다. 늦었다고 해서 거짓이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사람은 생각하다가 늦게 답하기도 하고, 말을 고르다가 늦게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전 그녀는 생각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본 얼굴이었다.
“모른다?”
“예.”
“처음 보는 물건이오?”
그 여자는 검을 다시 보았다가 진소백을 보았다.
“부러진 검은 처음이 아닙니다.”
“말을 돌리는군.”
“돌린 적 없습니다. 부러진 검은 흔합니다. 싸움 뒤에 남는 게 사람뿐이겠습니까.”
진소백은 손잡이를 손톱으로 톡 건드렸다.
“그럼 이 손잡이는?”
“저는 검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도 아니오.”
“그럼 저보다 더 물으실 곳이 없으시겠군요.”
말은 평소처럼 담담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검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모르는 물건이면 집어 들어 보고, 아는 물건이면 더더욱 아무렇지 않게 넘겼을 것이다. 하 노인의 방에서 약 냄새와 피 냄새를 가르듯 움직이던 손이 이 검 앞에서는 멈춰 있었다.
진소백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은 이 검을 꺼려 하는 것 같소.”
“낡은 무덤에서 나온 칼입니다. 꺼리는 게 이상합니까?”
“그 말도 늦었소.”
그 여자의 입가가 아주 조금 굳었다. 웃음도 아니고, 노기도 아니었다. 문을 닫기 전 손잡이를 붙드는 사람처럼 잠깐 멈춘 표정이었다.
“진 의원님.”
그녀가 처음으로 그렇게 불렀다. 객잔 주인이 부르던 말이었다.
“검이 무엇이든, 지금은 검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사람?”
“당신입니다.”
진소백은 검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내가 왜 먼저요.”
“떠날 사람 아닙니까.”
그 말에는 틀린 곳이 없었다. 진소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창문 밖으로 밤기운이 스며들었다. 수향의 물길은 보이지 않아도 밤이면 물 냄새가 올라왔다. 며칠 전 이 마을에 들어설 때 그를 반긴 것도 그 냄새였다. 그리고 피 냄새와 장례의 향 냄새가 그 위에 한 겹씩 덮였다.
하 노인은 낮에 묻혔다.
무덤은 마을 뒤 낮은 언덕에 잡혔다. 장정 넷이 흙을 파고, 객잔 주인이 향을 가져왔고, 평소 하 노인에게 욕을 하던 노파 하나가 울다가 목이 쉬었다. 허봉의 이름은 아무도 크게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다고 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입을 다물어 흙을 덮는 일에 보탰다.
진소백은 그 자리에서 오래 서 있었다.
하 노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흙 밑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명단.
하나가 많아.
원래는.
그다음은 없었다. 사람의 숨은 이어지지 않으면 말도 이어지지 않는다. 의원인 그는 그것을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살릴 수 없는 숨 뒤에 남은 반 마디는 약보다 더 야속했다.
그 여자는 장례 내내 멀찍이 서 있었다. 손을 모으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다. 다만 하 노인의 흙이 다 덮인 뒤 진소백이 돌아서려 할 때, 잠깐 묘 앞에 시선을 두었다. 그때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들만 늘었다.
낮에, 장례가 끝나고 언덕을 내려올 때 선화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눈은 부어 있었지만 울음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손에는 하 노인의 낡은 노 한 짝이 들려 있었다. 제 키보다 긴 노를 아이는 두 손으로 세워 안고 있었다.
“할아버지 배는 제가 저을 거예요.” 선화가 말했다. “혼자서도 돼요.”
진소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 같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더 나빴다.
“밥은 거르지 마라.” 그는 겨우 그렇게 말했다. “기침 나면 지난번 약, 뜨거운 물에 풀어서.”
“오라버니는 가요?”
“가야 한다.”
선화는 노를 조금 고쳐 안았다. “그 여자랑요?”
진소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돌아와요?”
목소리가 처음으로 흔들렸다. 돌아온다고 하면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될 것 같았고, 안 온다고 하면 아이를 한 번 더 혼자 두는 일이 될 것 같았다. 진소백은 품에서 얼마 안 되는 동전을 꺼내 쥐여 주려다, 아이가 고개를 젓는 것을 보고 멈췄다. 대신 객잔 주인에게 부탁했다. 저 아이 배가 부서지거나 곽서 쪽 사람이 또 삯을 뜯으러 오면 사람을 보내 알려 달라고. 값은 나중에 갚겠다고.
그것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아이의 슬픔이 줄어드는 것도, 아이의 배가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지나칠 수 없어서 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나칠 수 없다는 그 마음이, 수향에 오기 전에는 없던 자리에서 올라온다는 것을 그는 어렴풋이 느꼈다.
진소백은 검 옆에 놓인 천 보따리를 풀었다. 백옥 비녀가 촛불 아래 희게 드러났다. 흙을 닦아냈는데도 어딘가 오래된 찬기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오래 보지 않고 옆으로 밀었다. 그다음 명단을 꺼냈다.
종이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자국 때문에 접는 선마다 약해져 있었다. 진소백은 조심스럽게 펼쳤다. 스물셋. 낯선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먹은 오래되었고, 어떤 획은 번져 있었다. 마지막 줄.
眞少白.
그 옆에 붙은 글자.
已.
그는 그 글자를 손가락으로 덮었다가 떼었다. 덮으면 사라졌다가 떼면 다시 나타났다. 우스운 짓이었다. 글자가 사람의 손바닥 아래서 죽을 리 없었다.
“그것도 또 보십니까.”
그 여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건 볼수록 달라지는 물건이 아니오.”
“그런데 왜 보십니까?”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하려고.”
“확인하면 편해지십니까?”
진소백은 명단을 접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아니.”
“그럼 그만 보십시오.”
“그만 보면 없어지오?”
그녀는 답하지 않았다.
진소백은 이번에는 낡은 종이를 꺼냈다. 하 노인이 강에서 건졌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종이였다. 스승이 남긴 것처럼 그의 손에 들어왔지만, 스승의 손에서 바로 받은 물건은 아니었다. 물에 젖었다 마른 흔적 때문에 종이의 결이 비틀려 있었다. 몇 곳은 글자가 있었던 것 같고, 몇 곳은 그냥 얼룩 같았다. 그는 빛에 비춰 보았지만 새로 읽히는 것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한 방 안에 있었다. 부러진 검, 백옥 비녀, 명단, 낡은 종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가운데에 자기 이름이 있었다.
그는 웃지 않으려 했는데, 짧은 숨이 입가에서 새었다.
“허봉이 잡혔소.”
그 여자가 말했다.
“자백도 했고.”
“예.”
“수향의 살인은 끝났소.”
“그렇습니다.”
“그런데 나는 왜 시작된 것 같지.”
그 여자는 잠시 그를 보다가 창가로 갔다. 창문을 조금 열자 바깥의 찬 기운이 들어왔다. 먼 곳에서 개가 한 번 짖었다. 물가의 배가 흔들리는 소리인지,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인지 모를 것이 밤 사이를 지나갔다.
“사건이 끝나는 것과 사람이 놓이는 것은 다릅니다.”
“누가 한 말이오?”
“방금 제가 했습니다.”
진소백은 그제야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창밖을 본 채였다.
“당신은 가끔 의원보다 의원 같은 말을 하오.”
“의원은 사람 몸을 보고, 저는 길에서 사람 꼴을 좀 봤을 뿐입니다.”
“길에서 배운 것치고는 쓰임이 많소.”
“칭찬으로 듣지 않겠습니다.”
“왜?”
“칭찬하실 얼굴이 아니니까요.”
진소백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피곤이 손바닥에 걸렸다. 며칠 동안 잠을 자도 잠 같지 않았다. 허봉의 자백을 들을 때도, 하 노인의 숨이 끊길 때도, 장례를 치를 때도, 그는 줄곧 한 발 늦게 서 있는 사람 같았다. 이번에는 늦지 않으려 했지만, 끝내 늦었다.
그는 명단을 접고, 낡은 종이를 천 안쪽에 넣었다. 백옥 비녀는 따로 감쌌다. 마지막으로 검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이건 어떻게 들고 가야 할지 모르겠소.”
“천으로 싸십시오.”
“그 말이 아니라.”
“그럼요?”
진소백은 손잡이를 바라보았다.
“무엇을 지고 가는지 모르겠다는 말이오.”
그 여자는 이번에도 곧 답하지 않았다. 촛불이 낮아져 심지가 검게 타고 있었다. 그녀가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모르면 가벼워집니까?”
“아니.”
“알면 가벼워집니까?”
진소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지금은 들 수 있는 방식으로 드십시오.”
“그게 조언이오?”
“도망칠 생각이 아니면요.”
“도망치면?”
“그래도 들고 가게 될 겁니다. 버리지 못하실 테니까.”
그 말이 맞아서 진소백은 싫었다. 그는 검을 낡은 천으로 감쌌다. 부러진 날끝이 천을 찢을까 봐, 약재를 싸던 두꺼운 종이를 덧댔다. 손잡이는 끝까지 어색하게 불거졌다. 보따리 안에서도 혼자 넓고 둔했다. 마치 감추려 할수록 모양을 드러내는 뼈 같았다.
그는 보따리를 묶고 벽에 기대 두었다.
“내일 새벽에 떠나겠소.”
“방금 정하셨습니까?”
“장례 전부터 알고 있었소.”
“말은 지금 하셨습니다.”
“당신에게 말해야 했소?”
그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지 않았다. 노려보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말을 들은 사람처럼 진소백을 보았다.
“함께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함께 온 건 아니오. 길이 겹쳤지.”
“그렇게 말하면 편하십니까?”
진소백은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오늘따라 여러 번 그를 붙잡았다. 편하냐. 아니었다. 하나도 편하지 않았다.
“미안하오.”
그 말은 뜻밖에 쉽게 나왔다. 진소백 자신도 조금 놀랐다.
그 여자는 고개를 돌려 촛불을 보았다.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내일 새벽에 떠나오.”
“어디로요?”
진소백은 명단이 들어간 천 보따리를 보았다.
“아직 모르오.”
“모르고 떠나십니까?”
“여기 남아도 모르기는 마찬가지요.”
그녀는 방 한쪽에 놓인 자신의 작은 봇짐을 보았다. 진소백은 그 시선을 따라갔다. 봇짐은 언제든 들고 나갈 수 있게 묶여 있었다. 약재 냄새가 그쪽에서 희미하게 났다. 그녀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당신도 떠날 생각이었군.”
“수향에 살던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나도 알았소.”
“그럼 놀라실 일도 아니겠네요.”
“어디로 가오?”
그 여자는 진소백을 보았다. 이번에는 대답이 아주 조금 빨랐다.
“길이 닿는 곳으로요.”
“나와 같은 대답이군.”
“그럼 또 길이 겹칠 수도 있겠습니다.”
진소백은 그 말을 곧장 받지 않았다.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따라오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방 안의 물건들이 그 말 뒤에 자리를 바꾸는 것 같았다. 검, 명단, 낡은 종이, 백옥 비녀. 그리고 이름 없는 여자. 무엇 하나 제자리에 놓인 것이 없었다.
“당신은 왜 이 일에 계속 끼어 있소?”
그가 물었다.
“계속 묻고 싶으셨습니까?”
“처음부터.”
“그런데 왜 이제 묻습니까?”
“묻는다고 답할 사람 같지 않았소.”
그 여자가 아주 희미하게 웃었다. 웃음이라고 부르기에는 짧았지만, 촛불이 흔들릴 만큼은 방 안을 바꾸었다.
“지금도 답할 사람 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인정하오.”
“그럼 묻지 마십시오.”
“언젠가는 물을 거요.”
“언젠가는 답할 수도 있겠지요.”
진소백은 그 말을 더 캐지 않았다. 캐면 닫힐 것이 보였다. 그는 의원이었다. 상처는 열어야 할 때와 덮어야 할 때가 있었다. 사람도 비슷했다. 다만 사람의 덮인 자리는 살보다 훨씬 깊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아래 마당에는 객잔 주인이 등불을 하나 끄고 있었다. 술손님 둘은 비틀거리며 별채 쪽으로 갔다. 마구간 옆에 놓인 물통에는 달빛이 작게 깨져 있었다.
수향은 조용해지고 있었다. 연쇄 살인이라는 말이 마을을 물고 흔들던 며칠은 지나갔다. 내일이면 사람들은 다시 장을 열고, 배를 대고, 남의 일을 남의 일처럼 말할 것이다. 허봉의 집 앞을 지나며 한 번쯤 침을 뱉고, 하 노인의 무덤에는 며칠 향이 더 오를 것이다. 그러다 비가 오면 발자국이 지워질 것이다.
다만 곽서만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는 여전히 물길을 쥐고, 나루의 값을 매기고, 밤을 열고 닫을 것이다. 하 노인의 방을 노린 손이 정말 누구의 것이었는지, 곽서가 스스로 말한 ‘손목’ 위에 어떤 팔이 붙어 있는지, 진소백은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떠났다. 숨긴 것이 오래 숨겨질 거라 믿지 말라던 곽서의 말이 등 뒤에 남았다. 그것은 협박이었고, 어쩌면 진소백이 아직 갚지 못한 빚이기도 했다.
그런데 진소백의 발자국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창문을 닫았다.
“주무십시오.”
그 여자가 말했다.
“당신도.”
“저는 조금 있다가요.”
“검을 훔쳐 갈 생각은 아니겠지.”
“필요하면 진작 가져갔습니다.”
“그건 그렇군.”
진소백은 벽에 기대 놓은 보따리를 한 번 더 보았다. 천으로 감쌌는데도 검의 넓은 손잡이가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그는 등불을 낮추고 누웠다. 눈을 감으면 하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단. 하나가. 원래는. 그 사이사이에 허봉의 무너진 얼굴이 끼어들었다. 수향의 물길이 어둠 속에서 흘렀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그 위를 밟았다.
잠은 얕게 왔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을 때, 진소백은 눈을 떴다.
방 안은 어두웠다. 촛불은 꺼져 있었고, 창문 틈으로만 달빛이 들어왔다. 그 여자는 맞은편 벽 아래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는지, 눈을 감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진소백은 몸을 일으키지 않고 귀부터 열었다.
소리가 있었다.
처음에는 마당의 소리인 줄 알았다. 객잔은 밤에도 완전히 잠들지 않는다. 나무가 식으며 우는 소리, 먼 방에서 누가 뒤척이는 소리, 말이 코를 터는 소리. 그런 것들 사이에 아주 가벼운 것이 하나 섞여 있었다.
발.
진소백은 숨을 죽였다.
소리는 다시 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벽가의 보따리에 닿았다. 검의 손잡이가 천 너머로 넓게 잡혔다. 손에 맞지 않는 그 감각이 잠을 밀어냈다. 그는 상체를 일으켰다.
그 여자의 고개가 아주 조금 들렸다.
진소백은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깨어 있었다.
밖에서 다시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창 아래가 아니었다. 복도 쪽도 아니었다. 지붕 끝, 혹은 처마 아래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긁힘이었다. 바람이라기에는 짧고, 쥐라기에는 규칙이 있었다.
진소백은 검을 들고 일어섰다. 부러진 검은 천에 싸인 채라 칼도 아니고 몽둥이도 아니었다. 그래도 손에 쥘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몸이 조금 앞으로 갔다.
그 여자가 낮게 물었다.
“들리십니까?”
진소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요?”
“방금.”
그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소리가 거의 없었다. 그녀는 문으로 가지 않고 창가 옆 벽에 섰다. 진소백은 문 쪽으로 한 걸음 갔다가 멈췄다. 문을 열면 복도다. 복도에는 빈 항아리와 낡은 탁자가 있었다. 숨은 사람이 있다면 먼저 보일 수도 있고, 먼저 당할 수도 있었다.
“불을 켤까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
“나가실 겁니까?”
진소백은 대답 대신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나무가 차가웠다. 그는 손잡이를 아주 조금 돌렸다. 삐걱거릴 줄 알았는데, 소리는 작았다. 문틈으로 복도의 어둠이 보였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문을 더 열었다. 복도 끝에 걸린 등불은 거의 꺼져 심지만 붉었다. 계단 아래에서는 객잔 주인의 코 고는 소리가 낮게 올라왔다. 진소백은 한 걸음 나갔다. 바닥이 약하게 울렸다. 그는 멈춰 섰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내려서는 소리가 났다.
아주 짧았다.
지붕에서 마당으로, 혹은 처마에서 담장으로. 진소백은 복도 난간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당은 달빛에 반쯤 젖어 있었다. 물통, 마구간, 닫힌 문, 쌓아 둔 장작.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방금까지 무언가 있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사람의 눈이 닿기 직전에 사라진 자리에는 공기가 조금 늦게 닫힌다.
진소백은 난간을 붙잡았다.
수향에 들어오던 날도 그랬다. 배에서 내려 골목을 지날 때, 시장의 생선 냄새와 젖은 나무 냄새 사이로 누군가의 시선이 얇게 붙어 왔다. 돌아보면 없었다. 하 노인의 집 앞에서도, 허봉의 골목에서도, 장례 뒤 언덕을 내려올 때도 한 번씩 등 뒤가 가벼워졌다가 무거워졌다.
그때는 살인 때문에 예민해진 것이라 여겼다.
지금은 아니었다.
살인은 끝났다. 허봉은 잡혔다. 하 노인은 묻혔다. 마을은 잠들었다.
그런데 그 기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보이십니까?”
그 여자가 뒤에서 물었다.
진소백은 마당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니.”
“그럼 들어가십시오.”
“당신은?”
“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 말은 묘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지,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진소백은 난간 너머를 더 보았다. 담장 위에 걸린 달빛이 얇았다. 바깥 골목은 어둠 속으로 꺾여 있었다. 그 너머에서 물이 흘렀다. 수향의 물은 밤에도 길을 알고 갔다. 사람만 길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는 손 안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넓은 손잡이가 천 너머로 손바닥을 밀어냈다. 자기 것이 아닌 물건을 억지로 쥔 듯한 감각. 그러나 놓을 수 없었다.
“누가 나를 쫓는 거요.”
그 말은 질문이었지만, 누구에게 묻는 말도 아니었다.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복도 끝의 등불 심지가 마지막으로 붉게 꺼졌다. 어둠이 한 칸 더 넓어졌다. 진소백은 그 어둠 속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담장에도, 지붕에도, 골목 입구에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알았다.
누군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가 버리지 않았다.
이 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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