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관아 앞마당에는 새벽물이 덜 빠져 있었다.
흙바닥은 밤새 밟힌 자국으로 검게 다져졌고, 처마 끝에서는 빗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사람들은 마당 가장자리에 둘러섰다. 누구도 먼저 안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문이 열려 있는데도 그랬다.
허봉은 포승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등을 곧게 세우려는 듯했으나 어깨가 자꾸 앞으로 꺾였다. 그의 아내는 아이를 품에 안고 그보다 조금 뒤에 앉았다. 아이는 열이 남아 있는지 눈꺼풀이 반쯤 내려앉아 있었다. 여인은 젖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지도 못하고, 아이의 등을 같은 박자로 쓸었다.
그 맞은편에는 죽은 이들의 식솔들이 있었다.
첫 번째 집의 아들은 어머니의 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둘째 집 며느리는 입술을 깨문 채 허봉의 발끝만 보았다. 하 노인의 빈 자리는 더 크게 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다. 아직 방 안에서 숨을 잇고 있다고 했다. 대신 옆집 노파가 와 있었다. 노파는 자리에 앉지도 않고 지팡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진소백은 마당 가운데보다 조금 물러난 곳에 섰다.
그가 가져온 것은 많지 않았다. 허봉의 집 처마 밑에서 나온 진흙 묻은 헝겊, 뒤꼍 돌 틈에 숨겨져 있던 짧은 몽둥이, 하 노인의 방에서 보았던 발자국과 맞는 짚신 한 짝. 그리고 허봉이 밤마다 놓고 갔던 밥그릇 이야기.
관원이 탁자를 두드렸다.
“네가 말해라.”
허봉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제가 했습니다.”
마당 한쪽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크게 말해라.”
“제가 했습니다.”
허봉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끊기지 않았다. 진소백은 그의 손가락을 보았다. 묶인 손이 떨렸다. 손톱 밑에는 검은 때가 끼어 있었다. 밥을 짓고 장작을 패던 손이었다. 그 손이 밤에는 남의 방문을 밀었고, 자는 사람을 내리쳤다.
“왜 그랬느냐.”
허봉은 그제야 고개를 조금 들었다. 시선은 관원이 아니라 바닥에 머물렀다.
“빚이 있었습니다. 아이 약값도 없었습니다.”
그의 아내가 아이를 더 끌어안았다. 아이는 작은 기침을 했다. 그 소리에 몇몇 사람이 얼굴을 돌렸다.
“그래서 사람을 죽였느냐.”
“죽이려 한 건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집의 아들이 벌떡 일어섰다.
“죽이려 한 게 아니면 우리 아버지가 살아 돌아옵니까?”
사람들이 그를 붙잡았다. 아들의 목은 갈라져 있었다.
“밤에 들어와서 뒤졌습니다. 들키면 쳤습니다. 그게 죽이려 한 게 아니면 뭡니까?”
허봉은 대답하지 못했다.
관원이 손을 들어 소란을 눌렀다.
“무엇을 찾았느냐.”
그 말에 마당이 다시 조용해졌다.
허봉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마른 입술이 갈라져 피가 배었다.
“종이였습니다.”
“무슨 종이냐.”
“모릅니다.”
“누가 시켰느냐.”
“모릅니다.”
관원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모른다는 말로 끝낼 셈이냐?”
허봉은 몸을 앞으로 굽혔다.
“정말 모릅니다. 얼굴도 못 봤습니다. 돈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 노인의 집에 있는 종이 하나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집을 뒤졌다고?”
“처음엔 하 노인 집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디 숨겼는지 몰라서…….”
허봉의 말이 멎었다. 그는 혀끝으로 다시 입술을 적셨다.
“그 노인이 다른 집에 맡겼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누가 그렇게 말했느냐.”
“모릅니다.”
관원이 탁자를 세게 쳤다.
“모른다, 모른다. 사람 다섯이 죽고 하나가 사경인데, 네가 아는 것은 고작 그뿐이냐?”
허봉은 몸을 더 낮췄다. 이마가 거의 흙바닥에 닿았다.
“벌은 받겠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죽은 이들의 식솔 쪽에서 울음이 터졌다. 통곡이라기보다 눌러왔던 숨이 깨지는 소리였다. 허봉의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의 등만 쓸었다. 손이 느려졌다가 다시 움직였다.
진소백은 주먹을 쥐지 않았다. 손에 쥔 것도 없었다. 그가 할 일은 이미 끝났다고 모두가 생각할 만한 자리에 그는 서 있었다. 그런데 끝난 것이 없었다.
관원이 그를 보았다.
“진 소협. 네가 확인한 바를 말하라.”
진소백은 한 걸음 나아갔다.
“하 노인의 방 뒤쪽 흙담에 남은 발자국은 허봉의 짚신과 맞았습니다. 몽둥이에 묻은 피와 머리카락은 하 노인이 쓰러진 방의 자리와 이어집니다. 허봉의 집 뒤꼍 돌 틈에서 찾았습니다.”
그는 헝겊을 탁자 위에 올렸다.
“이 헝겊은 첫 번째 집 창문 아래 못에 걸려 찢긴 조각과 같은 천입니다. 허봉의 옷소매와 맞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허봉에게 꽂혔다.
“그리고 하 노인의 문턱에 놓인 밥그릇은…….”
진소백은 말을 잠시 멈췄다. 허봉의 아내가 처음으로 그를 보았다. 눈이 붉었지만 눈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허봉이 가져다 놓은 것이 맞습니다.”
관원이 물었다.
“죄를 덜려고 한 일이냐?”
진소백은 허봉을 보았다.
허봉은 고개를 저었다. 아주 작게.
“모르겠습니다.”
진소백이 말했다.
마당에 다시 소리가 사라졌다.
관원은 그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진소백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허봉이 밥그릇을 놓은 까닭을 이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이라고 말하면 죽은 이들 앞에서 너무 가벼워졌다. 참회라고 말하면 살아남은 자의 배고픔이 너무 쉽게 씻겼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릇은 밤마다 문 앞에 있었다.
관원은 붓을 들었다.
“허봉은 구금한다. 사주했다는 자에 대해서는 더 캐물을 것이다. 처결은 상부에 보고한 뒤 정한다. 피해 식솔들의 진술도 따로 받겠다.”
첫 번째 집의 아들이 다시 입을 열려 했으나 그의 어머니가 손목을 붙잡았다. 며느리는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이 울었다.
허봉의 아내가 앞으로 기어 나왔다.
“나리.”
관원이 붓을 멈췄다.
“저와 아이는…….”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관원도 대답하지 않았다. 법으로 적히지 않는 일은 탁자 위에 올라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대신 그녀의 등 위에 내려앉았다.
“물러나라.”
포졸들이 허봉을 일으켰다. 허봉은 비틀거렸다. 아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포졸의 손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
“여보.”
아내가 낮게 불렀다.
허봉은 멈췄다.
“미안하오.”
그 말은 마당의 누구에게 향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내에게였는지, 아이에게였는지, 죽은 이들의 식솔에게였는지. 혹은 자기 귀에만 들리길 바란 말이었는지.
첫 번째 집의 아들이 이를 악물었다.
“미안하면 끝이냐.”
허봉은 아무 말 없이 끌려갔다. 그의 발이 질척한 흙 위에 길게 자국을 남겼다. 그 자국은 문턱을 지나 안쪽으로 사라졌다.
진소백은 그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탁자 위의 물건들이 다시 헝겊에 싸이는 것을 보았다. 증거가 되면 물건은 말이 많아졌다. 하지만 물건은 자기 말을 고르지 못했다. 누가 들고 어디에 놓느냐에 따라 사람을 묶기도 하고, 풀기도 했다.
관원이 물었다.
“더 할 말이 있느냐?”
진소백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수고했다.”
그 말에 진소백은 대답하지 않았다. 수고라는 말이 이 마당에는 잘 맞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다.
관아 문 밖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자들이 목을 빼고 있었다. 누군가는 허봉의 이름을 욕했고, 누군가는 아이를 힐끗 보았다. 허봉의 아내가 아이를 안고 나오자 길이 갈라졌다. 길이 열렸지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저 여편네도 몰랐겠나.”
작은 목소리였다.
“밤마다 나갔는데 모를 리가 있나.”
“아이는 무슨 죄냐.”
“죄인 새끼지.”
그 말이 너무 또렷해서 진소백은 걸음을 멈췄다. 말한 이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진소백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붙잡아 따진다고 말이 사라질 리 없었다. 베어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허봉의 아내는 들었는지 들었는지 모를 얼굴로 아이를 고쳐 안았다. 아이의 작은 손이 어머니의 옷깃을 쥐었다. 손등에 푸른 핏줄이 비쳤다.
진소백은 멀찍이 따라갔다.
마을 길은 낮이 되자 더 좁아 보였다. 장터 쪽에서는 파는 소리가 들렸지만, 허봉의 아내가 지나갈 때마다 목소리가 잠깐씩 낮아졌다. 약방 앞에 이르자 여인은 멈췄다. 품 안의 아이가 마른 숨을 내쉬었다.
약방 주인이 문턱에 서 있다가 눈을 피했다.
“오늘은 외상 어렵소.”
여인은 입술을 열었다가 닫았다.
“지난번 것도 아직…….”
“나도 장사요. 약재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약방 주인은 그렇게 말하고 안쪽을 보았다. 안에는 다른 손님이 있었다. 손님은 약첩을 받으며 여인을 곁눈질했다.
“조금만.”
여인의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했다.
“아이 열이 아직 안 내려서요.”
약방 주인은 한숨을 쉬었다.
“관아 일 끝나면 누가 값을 치를 거요? 남편이 옥에 들어갔는데.”
여인은 고개를 숙였다.
진소백은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주머니 안에는 남은 은자가 많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꺼내려다가 멈췄다.
약값을 치르면 지금 이 아이의 열은 하루쯤 내려갈 수 있었다. 내일은. 그다음 날은. 그리고 죽은 이들의 식솔이 그 장면을 보게 된다면. 그는 손가락으로 주머니 끈을 만지다가 놓았다.
그때 아이가 기침했다. 작은 몸이 접히듯 흔들렸다.
진소백은 결국 은자를 꺼냈다. 약방 문턱 위에 올려놓았다.
“약을 주십시오.”
약방 주인이 그를 보았다. 여인도 돌아보았다.
“소협.”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받을 수 없습니다.”
진소백은 은자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아이 약입니다.”
“그 돈을 받으면…….”
여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미 보고 있었다.
“제가 더 못 갚습니다.”
“갚으라고 주는 게 아닙니다.”
“그럼 더 못 받습니다.”
진소백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눈 밑이 푹 꺼져 있었다. 아이를 안은 팔은 떨렸고, 손등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그가 알던 허봉의 집은 늘 연기가 먼저 보였다. 아침이면 허봉이 장작을 패고, 저녁이면 이 여인이 문 앞에서 솥을 닦았다. 그 집에서 밤마다 사람이 빠져나왔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몰랐다는 말은 아무것도 덜어주지 않았다.
약방 주인이 낮게 말했다.
“소협이 내시면 나는 주겠소.”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이는 눈을 뜨려다 감았다. 열 때문인지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다.
진소백은 은자를 문턱 위에 두고 한 걸음 물러났다.
“저는 약방에 값을 낸 것입니다. 받을지 말지는 부인께서 정하십시오.”
그 말이 비겁하게 들렸다. 자기 귀에도 그랬다. 선택을 그녀에게 넘겼다고 해서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인은 한참 서 있었다. 그러다 아이의 이마에 뺨을 대보았다. 그녀의 어깨가 작게 내려앉았다.
“가장 싼 것으로 주세요.”
약방 주인은 은자를 집어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위에서 낮은 말들이 흘렀다. 진소백은 그 말들을 하나씩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어느 것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여인이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데.”
진소백은 대답하지 못했다.
“못 하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아이를 다시 고쳐 안았다.
“그 사람이 한 짓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죽은 분들께 무슨 말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숨을 못 쉬면, 저는 그 사람 죄보다 아이 숨부터 봅니다.”
진소백은 고개를 숙였다.
“그게 어머니 마음이겠지요.”
“소협은 틀린 일을 한 게 아닙니다.”
그 말이 위로처럼 놓였으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로가 담기지 않았다.
“그래도 저는 소협 얼굴을 보면 오늘이 생각날 겁니다.”
약방 안에서 종이 싸는 소리가 들렸다. 여인은 약첩을 받아 들고 진소백에게 다시 절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갔다. 아이의 발끝이 그녀의 치마 아래에서 흔들렸다.
진소백은 한동안 약방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허봉을 잡았다. 증거를 모았고, 거짓을 벗겼다. 죽은 이들의 집에는 이제 밤마다 몰래 들어오는 발자국이 없을 것이다. 하 노인의 문 앞에 놓이던 밥그릇도 끊길 것이다. 그것이 맞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해 왔다.
맞는 일.
그 말은 손에 쥔 돌처럼 단단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손바닥 안에서 조금씩 모서리가 부서졌다.
강 쪽으로 내려가자 물소리가 들렸다. 비가 지나간 뒤라 물살은 평소보다 빠르게 흘렀다. 강가에는 빨래를 나온 여인들이 있었으나 진소백이 가까워지자 말이 끊겼다. 허봉의 아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약첩을 품에 안고 있었다. 아이는 그녀의 무릎에 누워 있었다.
여인들 중 하나가 빨래를 거칠게 비틀었다.
“저 집 빨래랑 같이 물 담그기 싫네.”
“입조심해.”
“내가 틀린 말 했나?”
진소백은 걸음을 늦췄다. 허봉의 아내는 듣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약첩을 열어 안의 마른 약재를 확인했다. 젖은 손으로 만지지 않으려 손끝을 치마에 닦았다.
진소백은 강가 돌 위에 앉았다. 물 위로 부서진 하늘이 흘러갔다. 그는 관아 마당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 증거와 사실. 맞은 발자국. 맞은 천. 맞은 흉기. 틀린 것은 없었다.
그런데 그 사실들이 한곳에 모이자 사람 하나가 끌려갔고, 여인 하나가 고개를 들지 못했고, 아이 하나가 죄인의 아이가 되었다.
그렇다고 숨겼어야 했나.
죽은 사람들의 이름은 어디에 두고.
그 질문은 물살처럼 왔다가 물살처럼 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같은 자리를 돌았다.
하 노인은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그가 깨어나면 무엇을 말할까. 깨어나지 못하면 무엇이 남을까. 허봉은 종이를 찾으려 했다. 그 종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모르는 종이 하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하나.
진소백은 손가락으로 젖은 돌 표면을 문질렀다. 물기가 손끝에 묻었다.
하 노인의 갈라진 목소리가 떠올랐다.
하나가…… 많아…….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그때도 뜻을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허봉의 자백보다, 관원의 붓소리보다, 약방 문턱에 놓인 은자보다 오래 남았다.
저녁이 되어 객잔으로 돌아왔을 때, 마당에는 젖은 장작 냄새가 남아 있었다. 객잔 주인은 진소백을 보고 말없이 국 한 그릇을 내왔다. 국은 식기 시작했지만 김이 조금 올라왔다.
진소백은 젓가락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여자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약재 꾸러미가 옆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고, 밖을 보다가 진소백이 들어오자 시선을 옮겼다.
“먹지 않을 거니?”
진소백은 국을 보았다.
“먹어야겠지.”
“그럼 먹어.”
그는 젓가락을 들었다. 밥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맛은 느껴졌지만 잘 넘어가지 않았다. 객잔 안에는 손님이 몇 있었다. 그들은 낮의 일을 이야기하다가 진소백 쪽을 보고 목소리를 낮췄다.
그 여자가 물었다.
“관아에서는 끝났니?”
“끝난 건 아니야. 허봉은 갇혔고, 처결은 나중에 한다고 했어.”
“너는?”
“나는 말할 것을 말했어.”
“그다음은?”
진소백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관아와 마을이 할 일이지.”
그 여자는 찻잔을 한 번 돌렸다. 손가락이 잔 가장자리를 스쳤다.
“그렇게 두고 나올 수 있구나.”
진소백은 그녀를 보았다.
“붙잡은 사람이 벌까지 정하면 안 되잖아.”
“왜?”
짧은 물음이었다. 꾸짖는 말도 아니고, 떠보는 말도 아닌 듯했다. 진소백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
그는 사람을 좇았고, 흔적을 읽었다. 거짓말을 깨뜨렸다. 하지만 그 끝에 무엇을 내려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었다. 스승이 있었다면 물었을까. 아니면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했을까.
“내가 화가 났다고 해서 더 무거운 벌이 옳아지는 건 아니니까.”
“네가 불쌍히 여긴다고 해서 가벼운 벌이 옳아지는 것도 아니고.”
진소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자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는 늘 진실을 택하는구나.”
진소백은 그 말에서 칭찬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비난도 찾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어느 쪽도 분명히 적혀 있지 않았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객잔 안쪽에서 주인이 술병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웃다가 금세 입을 다물었다. 밖에서는 물에 젖은 길을 지나는 수레바퀴 소리가 지나갔다.
진소백은 밥그릇을 보았다. 하 노인의 문 앞에 놓였던 밥그릇과 닮은 흰 그릇이었다. 속에 담긴 밥알들이 서로 붙어 있었다.
“모르겠어.”
그는 천천히 말했다.
“허봉을 숨겼다면 죽은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거였겠지. 밝혔더니 산 사람들이 무너졌어.”
“그 둘이 같은 저울에 올라가니?”
“올라가면 안 되나?”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잔 밑이 탁자에 닿으며 작은 소리를 냈다.
진소백은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국을 떠서 삼켰다. 식은 국이 목을 지나갔다.
“너는 어떻게 했을 것 같아?”
묻고 나서 그는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쉽게 내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름도, 길도, 머무는 까닭도. 그녀가 말한 것은 늘 필요한 만큼이었다.
그녀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네가 아니야.”
그뿐이었다.
진소백은 더 묻지 않았다.
밤이 내려앉자 객잔 밖 골목은 빠르게 조용해졌다. 오늘은 누가 문을 두드려도 쉽게 열어주지 않을 밤이었다. 사람들은 범인이 잡히면 잠이 돌아올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진소백이 보기에는, 이제부터 각자 다른 이유로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
죽은 이들의 식솔은 허봉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허봉의 아내는 관아 문 안으로 사라진 남편의 등을 떠올릴 것이다. 약방 주인은 문턱 위 은자를 떠올릴 것이고, 마을 사람들은 자기가 낮에 뱉은 말을 떠올릴 수도, 잊을 수도 있었다.
진소백은 방으로 올라가지 않고 객잔 뒤뜰에 섰다.
장작더미 옆에 빈 물동이가 놓여 있었다. 비가 고인 동이 안에 흐린 달빛이 흔들렸다. 그는 물 위를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비쳤다가 바람에 깨졌다.
그가 밝혀낸 것은 허봉이었다. 하지만 허봉이 찾던 종이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다. 그 종이가 없었다면 이 일은 시작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다른 이름, 다른 밤, 다른 문턱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을까.
그는 답을 알지 못했다.
하 노인의 숨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했다. 실제로 들릴 리 없는데도, 그 갈라진 말은 자꾸 귀 안쪽에 남았다.
하나가…… 많아…….
진소백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객잔 안에서 여자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멈췄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도 말을 걸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낮에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놓여 있었다. 어느 것도 지금 주워 들기에는 무거웠다.
진소백은 보따리 속에 든 부러진 검을 떠올렸다. 부러진 쇠는 아무것도 판결하지 않았다. 그것을 지닌 사람이 어디까지 나아가느냐만 남았다.
그는 오늘 더 나아가지 않았다.
관아의 문턱 앞에서 멈췄고, 약방의 문턱 앞에서 은자를 놓았고, 강가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각각이 옳았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다만 하 노인의 말만은 잊히지 않았다.
하나가 많다.
무엇이.
얼마나.
왜.
밤이 깊어질수록 그 말은 더 짧아졌다. 짧아질수록 더 지워지지 않았다.
이 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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