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이름
날이 저물며 산그늘이 무덤 위로 길게 내려앉을 때, 진소백의 손에는 낡은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관 속에서 꺼낸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가벼웠다. 그러나 손끝에 남는 감촉은 가볍지 않았다. 여러 번 접힌 자국은 희게 닳아 있었고, 모서리마다 먼지가 엉겨 있었다. 오래 묵은 목재와 젖은 흙의 냄새가 종이 틈에서 옅게 배어 나왔다.
진소백은 곧장 펼치지 않았다.
부러진 검은 관 옆에 놓여 있었다. 쓰기 위한 병기가 아니라, 죽은 사람 곁에 남겨진 유품처럼 보였다. 백옥 비녀도 그 옆에 있었다. 검은 부러졌고, 비녀는 차가웠으며, 관은 비어 있었다. 눈앞의 것들은 모두 제 모양을 드러내고 있었으나, 접힌 종이만은 아직 안쪽을 감추고 있었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이미 어둑했다. 낙양으로 향하는 큰길에서 조금만 벗어난 산자락이라 해도, 밤이 오면 객잔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의 무덤 하나쯤은 강호의 발걸음에 쉽게 묻혔다. 표국의 마차가 지나가도, 문파의 제자가 말을 달려도, 아무도 이름 없는 봉분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 무덤 속에 빈 관이 있었다.
그리고 빈 관 속에 이름이 접혀 있었다.
진소백은 엄지로 첫 번째 접힘을 밀었다. 종이가 마른 약재처럼 바스락거렸다. 그는 힘을 늦추었다. 썩은 살 가장자리를 건드릴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손끝에 남은 힘을 하나씩 빼며 접힌 곳을 풀었다.
두 번째 접힘이 펴졌다.
세 번째 접힘이 펴졌다.
가장 안쪽의 주름은 습기를 먹고 눌어붙어 있었다. 그는 손톱을 세우지 않았다. 손가락의 배로 조금씩 밀어 내자, 찢어질 듯 버티던 종이가 간신히 벌어졌다.
먹으로 적힌 글자들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진소백은 종이를 조금 기울였다. 지는 빛이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 종이 한쪽에 걸리자, 줄이 보였다. 한 줄에 하나씩,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글씨는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온 듯했다. 꾸민 맛은 없었다. 서둘러 갈긴 흔적도 없었다. 얇은 붓으로 또박또박 눌러 쓴 글자들이었다. 다만 세월이 오래되어 먹빛이 바랬고, 접힌 자국과 벌레 먹은 구멍이 몇 줄을 끊어 놓았다.
첫 줄은 거의 읽히지 않았다. 성만 남았는지, 이름의 일부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웠다. 둘째 줄은 접힌 자국이 가운데를 가르고 있었다. 셋째 줄은 벌레가 파먹은 구멍 옆으로 획 두어 개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몇 줄은 온전했다. 낯선 이름들이었다. 유문강. 송지한. 백언겸. 장희도. 그 사이사이에 성만 남은 줄이 끼어 있었다. 남(南)으로 보이는 글자, 위(衛)로 보이는 성, 아래가 뭉개진 백(白). 온전한 이름과 끊어진 이름이 한 장 안에서 뒤섞여 있었다.
진소백은 그 이름들을 천천히 훑었다.
아는 얼굴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느 고을의 약방 주인도, 지나가다 상처를 맡겼던 표사도, 고진명에게 들었던 오래된 환자의 이름도 아니었다. 문파의 항렬을 드러내는 글자도 없고, 방회에서 쓰는 별호도 없었다. 그저 이름뿐이었다.
그 점이 더 꺼림칙했다.
강호에서 이름만 적힌 종이는 가벼운 물건이 아니었다. 객잔 벽에 붙는 수배지는 죄목을 달고, 문파의 제자 명부는 사문과 항렬을 밝힌다. 장례 명부에는 기일이 붙고, 표국의 호송 장부에는 물목과 은자가 적힌다. 아무 설명 없이 사람 이름만 줄줄이 묶인 종이는, 대개 누군가 숨기고 싶어 하는 물건이었다.
더구나 그것이 빈 관 속에서 나왔다면.
진소백은 종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다시 풀었다. 힘을 주면 낡은 종이가 찢어질 듯했다. 그러나 손을 놓으면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았다. 그는 한 손으로 아래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윗부분을 눌렀다.
산바람이 무덤 위를 스쳤다. 파낸 흙더미의 가장자리가 조금 무너졌다. 관 뚜껑 안쪽에는 아직 어둠이 고여 있었다.
진소백은 위에서 아래로 다시 읽었다.
한 줄. 또 한 줄.
읽히는 이름은 낯설었고, 지워진 이름은 더 낯설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명부인지, 죽은 사람의 명부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종이를 가진 사람이 객잔 한복판에서 펼쳤다면, 술꾼들의 목소리는 곧 낮아졌을 것이다. 누군가 자리를 털고 나가고, 누군가는 모른 척 술잔만 볼 것이다. 이름이 모인 종이는 그 자체로 시비를 불렀다. 시비가 강호의 손에 들어가면 피를 불렀다.
진소백은 그런 일을 싫어했다.
그는 의원이었다. 사람의 맥을 짚고, 상처를 닫고, 독을 가리는 손으로 살아왔다. 누구의 이름이 어느 종이에 적혔는지 따지는 일은 관아나 문파의 몫이었다. 칼끝으로 답을 묻는 자들의 일이었다. 그는 그런 자들 곁에서 상처 입은 사람을 치료했을 뿐, 그들이 왜 피를 흘렸는지 끝까지 캐묻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피를 흘린 사람도 없고, 시신도 없었다.
빈 관과 이름만 있었다.
진소백은 종이 아랫부분으로 시선을 내렸다. 아래로 갈수록 종이는 더 닳아 있었다. 세로로 난 접힌 자국이 몇 글자를 흐리게 만들었다. 그는 손가락 끝으로 그 부분을 살짝 눌러 폈다. 손끝 아래에서 낡은 종이가 얇게 떨렸다.
스물한 번째 줄은 성만 남았다.
스물두 번째 줄도 이름의 끝이 지워져 있었다.
그 다음 줄에서 그의 시선이 멈췄다.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저무는 빛이 희미했고, 마지막 줄은 종이 가장자리와 가까웠다. 그는 종이를 조금 더 기울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남은 빛이 움직이며 마지막 줄의 획을 드러냈다.
세 글자였다.
眞少白.
진소백.
그는 한 번 읽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입술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만 그 세 글자를 지나쳤다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다시 돌아왔다.
다시 읽었다.
眞.
少.
白.
그의 이름이었다.
진소백은 숨을 들이마시려 했다. 가슴이 늦게 움직였다. 글자가 얼룩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된 먹이 번지고 종이의 결이 겹쳐 이름처럼 보였을 수도 있었다. 다른 이름일 수도 있었다. 강호에는 같은 성을 쓰는 이들이 많고, 비슷한 글자도 많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 가지 못했다.
眞은 그가 평생 써 온 첫 글자였다. 少는 고진명이 약방문 끝에 이름을 적어 보라며 몇 번이고 고쳐 주었던 글자였다. 白은 아무리 흐려져도 그가 모를 수 없었다.
진소백은 검지를 들어 첫 글자 아래를 짚었다. 종이에 닿은 손끝이 아주 조금 먼지를 밀어냈다. 그는 둘째 글자 아래로 손끝을 옮겼다가, 셋째 글자 앞에서 멈추었다.
진소백.
빈 관 속의 명단 맨 끝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무덤 위로 바람이 한 번 더 지나갔다. 산새 울음이 멀리서 끊겼다. 세상은 조금 전과 다르지 않았다. 나무들은 어둠 속에 서 있었고, 흙더미는 무덤 앞에 쌓여 있었으며, 관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런데 진소백이 딛고 선 땅만은 조금 낮아진 듯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무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산길도 비어 있었다. 낙엽 사이로 사람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진소백은 자신이 아직 이곳에 서 있음을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손바닥을 접었다 폈다. 손가락은 움직였다. 종이의 거친 결도 느껴졌다. 숨은 조금 늦게 돌아왔다.
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소리는 낮고 가늘었다. 막힌 목을 겨우 빠져나온 공기 같았다.
왜.
생각은 그 한 글자에서 멈추었다. 누가 적었는가. 언제 적었는가. 이 무덤이 만들어질 무렵 그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가 기억하는 지난날은 어디까지가 분명한가. 질문들은 한꺼번에 밀려왔으나, 어느 하나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진소백은 다시 종이를 보았다.
앞의 이름들은 여전히 낯설었다. 유문강, 송지한, 백언겸, 장희도. 그 밖의 지워진 이름들. 성만 남은 줄들. 그 끝에 자기 이름이 놓여 있었다. 앞선 스물두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마지막 하나만이 너무 선명했다.
스물세 번째.
그 숫자가 머릿속에서 조용히 굳었다.
강호의 이름첩은 우연히 사람을 끼워 넣지 않는다. 관아의 장부도, 문파의 명부도, 암중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이름을 적었다면 까닭이 있었다. 진소백은 그 까닭을 알지 못했다. 다만 모르는 까닭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때, 그는 자기 이름 옆에 작은 흔적이 하나 더 있음을 보았다.
처음에는 얼룩이라 여겼다. 접힌 자국과 먼지가 겹친 자리였다. 그러나 종이를 조금 가까이 가져가자, 그것은 먹으로 남은 글자였다. 이름 오른쪽, 조금 떨어진 곳에 희미하게 덧붙은 한 글자.
已.
진소백은 미간을 좁혔다.
고진명에게 약방문을 배우던 시절 몇 번 본 글자였다. 비슷한 꼴의 글자들과 헷갈리기 쉬웠으나, 그가 보기에는 已였다. 이름보다 흐렸고, 같은 때에 쓴 것인지 나중에 찍듯 덧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먹빛은 말라 있었고, 획 끝은 종이의 상한 결 속으로 스며 있었다.
이미.
끝.
그 두 뜻만이 목 안쪽에 걸렸다.
진소백은 그 글자를 오래 보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눈은 자꾸 그 자리로 돌아갔다. 사람 이름 옆에 홀로 붙은 已는 문장 속 글자가 아니었다. 약방문에 쓰이면 병의 차도를 적는 글자일 수 있었고, 장부에 쓰이면 끝난 일을 표시하는 글자일 수 있었다. 하지만 빈 관에서 나온 명단의 마지막 줄, 자기 이름 옆에 붙어 있으니 전혀 다른 모양을 했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已를 짚으려다 멈추었다.
닿으면 무엇인가 확정될 것 같았다. 종이에 적힌 먹일 뿐인데도, 그 작은 획 하나가 산속의 어둠보다 더 무겁게 보였다. 강호의 은밀한 표식들은 대개 이렇게 작았다. 붉은 점 하나, 먹줄 하나, 도장 반쪽. 뜻을 아는 자들에게는 목숨값이 되고, 모르는 자들에게는 화근이 되는 것들.
진소백은 뜻을 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는 것은 글자뿐이었다.
그는 종이를 접지 못한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위에서 아래까지 낯선 이름들이 줄을 이루고, 마지막 줄에 그의 이름이 있었다. 그 옆에 已가 있었다. 산그늘은 더 짙어졌고, 관 속 어둠은 점점 깊어졌다.
멀리 산 아래에서 개 짖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렸다. 어느 초가나 주막에서 나는 소리일 터였다. 그 소리마저 끊기자 산은 다시 조용해졌다. 강호의 큰길은 멀지 않았지만, 이 무덤 앞까지 들어오는 것은 바람뿐이었다.
진소백은 천천히 종이를 접었다.
접는 동안 손이 떨렸다. 심한 떨림은 아니었다. 누가 보았다면 저녁 산바람 탓이라 여겼을 만큼 작았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추위 때문이 아님을 알았다. 접힌 종이는 다시 낡은 종이 한 장의 모양으로 돌아갔으나, 안쪽에 적힌 이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종이를 품 안쪽에 넣었다.
종이가 가슴에 닿았다. 얇은 물건인데도 차갑게 느껴졌다.
진소백은 무릎을 굽혀 부러진 검과 백옥 비녀를 다시 살폈다. 검은 끊어진 채였고, 비녀는 흙먼지를 묻힌 채 고요했다. 그는 검의 날 쪽을 오래 보지 않았다. 병기로 보는 순간 이 모든 일이 그쪽 세계의 언어로 변할 것 같았다. 베고 찌르고 갚는 사람들의 언어. 그는 그런 언어보다 상처의 언어에 익숙했다. 끊긴 힘줄, 검게 죽은 살, 독이 돈 혈맥.
하지만 눈앞의 물건들은 의원의 손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았다.
시신 없는 관.
관 속의 명단.
명단 끝의 眞少白.
그 옆의 已.
진소백은 관 안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바닥에는 썩은 천 조각도, 뼈 한 조각도 없었다. 오래된 나무 안쪽이 검게 변해 있을 뿐이었다. 빈 관이라는 사실은 조금 전에도 기이했으나, 지금은 기이함의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비어 있어서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이 사라졌는지, 무엇이 일부러 남겨졌는지 알 수 없어 이상했다.
그는 일어섰다.
흙을 덮어야 했다. 산속에서 열린 무덤을 그냥 두고 내려가는 것은 옳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부터 덮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관을 덮는다고 명단이 없던 일이 되지 않았다. 봉분을 다시 세운다고 그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았다.
진소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들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산길은 낮은 안개처럼 희미했다. 사람이 숨어 있다면 쉽게 보이지 않을 시간이었다. 그는 숨을 낮추고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도 없고, 숨소리도 없었다. 낙엽 밟히는 소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혼자라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강호의 일은 대개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때 시작되었다. 객잔에서는 술잔이 깨지고 난 뒤에야 칼자국이 보이고, 산길에서는 말발굽 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피가 발견된다. 누군가 이 무덤을 알고 있었다면, 그리고 이 종이를 찾고 있었다면, 진소백이 지금 품 안에 넣은 것은 단순한 낡은 종이가 아니었다.
그는 관 뒤편으로 돌아갔다.
처음 무덤을 팔 때는 앞쪽만 보았다. 봉분은 낮아져 있었고 묘비도 없었다. 그는 관의 위치를 짐작해 앞에서부터 흙을 걷어 냈다. 뒤편은 잡초와 낙엽이 더 많이 덮여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자 그쪽은 한층 검어 보였다.
진소백은 몸을 낮추었다.
산길을 다니며 흔적을 보는 일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병든 아이를 업고 밤길을 건너는 아비의 발자국과, 술 취한 무인이 비틀거리며 남긴 자국은 달랐다. 짐승이 판 흙과 사람이 덮은 흙도 달랐다. 의원이 길 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것쯤은 알아야 했다. 약상자를 멘 사람이라고 해서 강호의 발밑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무덤 뒤쪽 가장자리에서 그의 걸음이 멈췄다.
파낸 흙더미에서 조금 떨어진 곳. 잡초 아래의 흙빛이 달랐다.
처음에는 어둠 탓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진소백은 낙엽을 손바닥으로 천천히 걷어 냈다. 오래 눌린 낙엽은 흙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위의 낙엽 몇 장은 가벼웠다. 최근에 얹힌 것처럼 손바닥에 쉽게 밀려났다.
아래의 흙이 드러났다.
주변의 흙은 검고 단단했다. 비를 맞고 마르고 다시 눌린 흙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손바닥 두어 개 넓이만큼은 색이 조금 밝았다. 알갱이가 느슨했고, 눌린 깊이도 달랐다. 풀뿌리도 끊겨 있었다. 오래된 무덤의 뒤편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었다.
진소백은 손끝으로 그 부분을 눌렀다.
흙이 쉽게 꺼졌다.
그는 숨을 멈추었다.
이건 그가 앞쪽을 파며 흘린 흙이 아니었다. 위치가 달랐다. 낙엽이 덮인 모양도 달랐다. 누군가 무덤 뒤편을 열었다가 다시 덮었다. 세월에 눌려 굳은 자리가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의 손길도 아니었다.
최근이었다.
진소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나무 사이에는 어둠뿐이었다. 그러나 어둠은 이제 비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조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듯한 느낌이, 새 흙의 느슨한 감촉과 함께 손끝에 남아 있었다.
그는 품 안의 종이를 의식했다.
스물세 이름.
眞少白.
已.
그리고 무덤 뒤편의 새 흙.
진소백은 손을 떼지 못했다. 흙 아래에 무엇이 있었는지, 누가 그것을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무덤은 그가 처음 연 것이 아니었다.
이 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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